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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카리스마가 만났다"/ 올드보이 크랭크인 최민식, 반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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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카리스마가 만났다"/ 올드보이 크랭크인 최민식, 반찬욱

입력
2003.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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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가 만화책을 읽어 보라고 해서 봤다. '공포의 외인구단' '북경의 갈가마귀' 이후 만화를 본 것은 오랜만이다. 그런데 감독이 박찬욱이란다. 그의 열정, 스타일에 전적으로 믿음이 갔다. 당연히 해야 했다." (최민식)"영화사에서는 '최민식씨가 주연을 맡기로 했다'며 이래도 안 할 거냐고 하더라. 우리는 그러니까 속아서 만난 셈이다." (박찬욱)

한국 영화계의 손꼽히는 스타일리스트인 박찬욱(40) 감독과 누가 꼽더라도 연기로는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배우 최민식(41)이 만났다.

'공동경비구역 JSA'로 완성도 높은 대중 영화를 만들었고 비록 흥행은 부진했지만 감독만의 스타일이 오롯이 살아있는 '복수는 나의 것'으로 열혈 마니아 팬을 거느리고 있는 박찬욱 감독. '취화선'으로 칸 영화제에서 레드 카펫을 밟았고 '파이란'으로 관객 가슴에 소주를 병째로 들이부은 연기파 배우 최민식. 이 두 사람이 만났으니 예삿일이 아니다. 동명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올드 보이'는 영문도 모른 채 8평 공간에 15년 동안 갇혀 있던 오대수(최민식)와 그를 가둔 이우진(유지태) 등 두 남자의 갈등과 복수를 그린 스릴러. 4월29일 제작발표회를 가졌고 12일 촬영에 들어가 10월 말 개봉할 예정이다.

두 사람이 영화에서 호흡을 맞추기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오랜 지기처럼 친해 보인다. 이유가 있다. 일찌감치 확정된 주인공을 위해 각색을 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날을 함께 보낸 때문이다. "웃지 않을 때도 최민식씨의 눈은 귀엽다. 호소력과 설득력이 담겨 있다. 감정과 표현이 풍부한 배우라면 단연 그를 꼽을 수 있다." 그래서 시나리오에는 영문도 모른 채 15년 간 갇혀 있다가 이유도 모르고 '석방'된 남자가 보일 수 있는 극단적 감정의 기복을 충분히 살렸다. 수다스럽고, 쉽게 격앙되는 그런 캐릭터이다.

이런 캐릭터라면 단연 최민식을 따를 사람이 없음을 '파이란'의 '강재'는 증명했다. 감독 역시 '파이란'의 강재 역을 최민식의 연기 중 압권으로 꼽았다. "겸손이 아니라 그건 아마 강재라는 인물이 본질을 건드려서일 것"이라는 게 최민식의 설명. "마음 속 깊은 곳에 숨어있는 감정을 끌어내 표현할 때 관객은 공감한다. 아마 그 영화가 그런 감동을 끌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자유스러워 보이는 연기 또한 감독의 의도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박찬욱 감독도 같은 의견이다. "최민식씨가 영화 설정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 너무 설득력이 있고, 믿고 싶어진다. 며칠 후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의 얘기에는 빨려 들어가게 된다. 유지태가 고민 끝에 신중하게 던지는 말과는 또 느낌이 다르다."

15년 간 갇힌 남자 역을 제대로 연기하기 위해 최민식은 '취화선'을 촬영할 때 '방기했던' 몸을 추슬러 술도 끊은 채 감량에 들어갔다. 지난해 12월부터 계속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광선의 도장에 다니며 권투로 몸을 단련하고 있다. 며칠 술을 마셔 몸이 불었다며 제작 발표회 전날 땀옷을 3시간 동안이나 입고 하루에 3㎏을 뺐다. "먹고 살려면 누구나 하는 일"이라지만 마흔 넘은 중년의 그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요즘 배우들이 무슨 다이어트 홍보대사처럼 비쳐지는 게 싫다"고 가볍게 넘긴다.

이미 잃어버린 오래 전의 잘못, 그것으로 인생이 바뀐 한 남자의 사적인 복수, 그리고 복수를 당한 자의 또 한 번의 앙갚음. 박감독의 전작 '복수는 나의 것'에 이은 '또 복수는 나의 것'? 박 감독은 "복수극이란 고대부터 존재해 온 드라마 양식으로 가장 상업적인 코드"라고 설명하면서 "이번 영화는 전작과는 많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 '복수…'가 차가운 영화였다면, '올드 보이'는 뜨거운 영화다. 앞의 것이 과묵한 영화라면, 이건 수다스런 영화다."

'영화 시나리오를 외부로 유출시키지 않는다'는 조항을 배우와 스태프의 계약서에 명기하고, 철저히 비밀에 가려진 채 제작되는 이 영화가 올 하반기 어떤 성과를 낼지 벌써부터 궁금해 진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영화계 "日만화 무단도영 컷"

한국 영화계가 성숙하면서 일본 영화나 만화를 베끼던 시대에서 정식으로판권을 계약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올드보이’는 미스터리 스릴러 형식의 만화. 폭력배가 운영하는 사설 감옥에 감금된 고토가 초등학교 동창인 부동산 재벌 가키누마의 계략을 10년만에 알아내고 서서히 그에게 다가간다는 설정이다. 투자배급사 쇼이스트는 지난해 8월 일본 후타바샤(雙葉社)로부터 ‘올드보이’ 판권을 정식으로 사들였다.

영화사 제네시스가 지난해 일본 고단샤(講談社)에서 판권을 산 ‘미녀는괴로워’는 올 하반기에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뚱뚱해서 늘 “내일은죽어야지”라고 다짐하며 하루하루를 괴롭게 지내는 간나가 성형 수술로미녀가 된 후 벌어지는 에피소드로 일본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만화이다.

그 동안 일본 만화를 무단 도용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우리 만화가 일본만화를 그대로 베끼고, 영화가 그 만화를 도용하는 식이었다.

정태성 제네시스 대표는 “일본 만화의 영화화 판권은 대략 100만~500만엔(약 1,000만~5,000만원) 정도로 영화 초기에는 10~20%의 계약금만 있으면표절 시비에 시달리지 않을 수도 있는데 많은 영화사가 제대로 절차를 밟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정식 계약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 영화가 미국, 일본 등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고 있어 더 이상 남의아이디어를 공짜로 베끼는 방식의 영화 제작은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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