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씨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나라종금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검찰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권력의 최측근'에 단호함을 보여 검찰의 권위를 세우려던 의욕이 지나쳐 오히려 제 덫에 치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도(正道)를 걷겠다" 며 출범한 송광수 검찰총장 체제의 대검 중수부가 나선 첫 사건이어서 당혹감은 더욱 크다. 당장 안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순수한 법률적 판단이 아닌 여론을 의식한 '정치적 선택'이 아니었느냐는 비판도 나오는 형국이다.
실제 검찰이 안씨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묘수풀이'식 해법을 짜낸 인상이 짙다. 대통령의 정치 자금문제를 건드리되 대통령은 직접 문제 삼지 않는 절충안을 택하면서 안 씨에 대해선 예상을 뛰어넘는 '고강도' 처방을 쓴 것. 특히 국회의원이나 공직선거 후보자 등에게나 적용하던 정치자금법을 사설연구소 사무국장에 불과했던 안 씨에게 처음으로 적용하는 '법률적 모험'을 하면서까지 영장을 청구하자 법조계에선 그 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 당장 민주당 소장의원들을 비롯한 여권에선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역차별을 한 것으로 이는 또 다른 의미의 정치적 수사"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영장을 기각한 최완주 판사는 "(안 씨의 혐의가)실형이 선고될 만큼 가벌성이 높은 혐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구속시킬 만한 사안이 안된다"는 것으로서 달리 말하면 검찰이 너무 '과잉 처벌'을 하려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대검은 일단 "영장을 재청구 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영장 기각사유가 '도주 우려가 없다'는 영장 심사의 기본적 기준이어서 승산이 높지 않은 데다 여권과 대립각을 세우기에는 명분이 약하기 때문이다.
한편 검찰은 이날 김효근 전 닉스대표(김호준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가 "안씨에게 정치자금 2억원을 줄 당시 안씨가 노 대통령의 측근임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한 사실을 공개했다. 사실상 이 돈이 '안희정 투자금'이 아니라 '노무현 투자금'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이다. 검찰은 그러나 김 씨가 "노 대통령 때문에 투자한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를 토대로 "노 대통령은 99년 2월부터 연구소에서 공식적으로 빠진 만큼 직접 관련이 없다"면서 "대통령을 조사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안씨 역씨 노 대통령에 대해선 "연구소의 운영은 전적으로 내선에서 했다"며 '육탄방어'로 일관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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