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크로넨버그, 미하엘 하네케, 래리 클락. 전주국제영화제 초반 열기를 부른 문제작 감독들이다. 세 감독은 전주영화제 주상영관을 가득 메운 관객을 경악시켰다.'키즈'(1995)로 칸을 달구었던 래리 클락과 '에린 브로코비치'의 촬영감독이던 에드워드 라흐만이 공동연출한 '켄 파크'(2002·사진)는 그 가운데서도 가장 거센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존속 살해, 구강 성교, 그룹 섹스, 배뇨 등 외설적 장면을 통해 미국 중산층 가정의 자기 분열을 극한적으로 묘사했다. 목을 조른 채 텔레비전에서 흘러 나오는 여자 테니스 선수의 기합 소리를 들으며 자위를 하는 소년의 모습은 단연 압권이다. 소통과 존중에 갈증을 느끼는 10대의 방황과 어른들의 위선을 잡아냈다.
엽기적 영상의 철학자 데이비드 크로넨버그가 선보인 '스파이더'(2002)에 쏠린 반응도 뜨거웠다. 유년 시절의 어두운 기억으로 고통 받는 40대 남자 크레이그(랄프 파인즈)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년의 크레이그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이고 정부를 데려오자 복수를 꿈꾼다. 감독은 크레이그를 유년 시절로 데리고 가 어린 시절의 공포를 바라보게 한다. 거세 공포와 죄의식, 아버지에 대한 증오를 섬세하게 직조했다. 랄프 파인즈의 신경쇠약증 연기와 1인 3역을 한 미란다 리차드슨 연기가 오랫동안 잔상에 남는 영화다.
미하엘 하네케의 '폭력의 삼부작'은 마니아들이 일찌감치 첫 손으로 꼽았던 작품. '피아니스트'에서 보여줬던 면도날 같은 감각을 그의 첫 장편 '일곱번째 대륙'(1989)을 비롯, '베니의 비디오'(1992) '우연의 연대기에 관한 71개의 단편들'(1994)에서 볼 수 있다. 한 순진한 청년이 은행에 들어가 무차별 총기난사를 하고('우연…'), 안온한 삶을 만끽하던 중산층 가정이 집단자살을 하는가 하면('일곱번째…') 비디오에 빠진 고등학생이 장난 삼아 살인을 저지르는('베니…') 폭력의 세계를 냉정하게 응시했다. 일상과 무의식의 틈새로 스며든 폭력에 대해 뒤 돌아 보게 하는 작품. '켄 파크'와 '스파이더'는 각각 2일과 3일 한 번 더 관객과 만난다.
/전주=이종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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