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정부는 무엇을 하고 돌아왔는가. 밤을 새워 합의한 공동보도문이 고작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계속 협력하기로 했다"는 수준이라니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회담인지 영문을 모를 일이다. 베이징 3자회담에서 남한을 배제하더니 우리와는 북핵 논의 자체를 외면하겠다는 북한의 정책을 고스란히 인정하고 그들의 회담전략에 백기를 든 형국이다.북한 핵 문제는 북미간 현안이기도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선언이라는 남북협정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은 이 문제를 분명히 명시하고 기록했어야 했다. 그러나 공동보도문 어디에도 이를 논의한 흔적은 없으니 차마 회담이라고 부르기가 민망하다. 서로간 이익이 아무리 충돌하더라도 명색이 회담이라면 이렇게 일방적인 합의문이 나오는 법은 없다. 협정의 법적 당사자로서 정부의 대표들이 한 일이라고 믿기가 어렵다. 정서적으로 보더라도 직무를 유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세현 통일부 장관은 "북한에 대해 할 말을 다하는 태도를 일관되게 견지했다"고 했는데, 공동보도문 어디에 그런 정부의 입장이 나타나 있는가. 대표단은 지난 8, 9차 회담에 비해 "계속 협력해 나간다"는 표현이 진전이라고 설명한다. 말장난도 너무 지나치다. 공동보도문은 남북관계사에 남기는 공식 업적이자 기록이다. 대표단은 국민의 수임을 받아 정부의 공식입장과 국가이익을 관철해야 할 책무가 있다. 북한과는 핵 논의를 안 하는 것이 정부의 정책이 된 것인지, 북한의 남한배제에 동의하는 것인지 밝혀야 한다.
정 장관은 우리의 다자회담 참여에 대해 북한이 강한 부정을 하지 않았다고 성과인 양 말한다. 3자회담 배제로 실망한 국민에게는 옹색하기 짝이 없다. 북한의 태도로 보아 그나마 그것도 믿을 수가 없다. 또 끌려 다닐 작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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