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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사모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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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사모곡

입력
2003.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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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편애, 명문대 진학과 번듯한 직장생활, 동생에게 부모 봉양 떠 넘기기….' 명문 S대를 졸업하고 국내 굴지의 보험회사 부장과 서울 J고 영어 교사를 지낸 박모(69)씨는 가족들에게 베풀 줄을 모르는 이기적인 삶만 살아왔다. 가족들로부터도 "성장할 때 사랑을 독차지 하더니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 됐다"는 비난을 듣곤 했다.이런 박씨가 지난달 노모 허모(92)씨를 돌보던 여동생(56)의 아파트를 돌연 찾아 "지금까지 못다한 효도를 하고 싶다"며 깜짝 선언을 했다.

노모를 비롯, 5남매들은 "칠순이 다 돼서야 철이 들었다"며 이 소식을 크게 반겼다.

그러나 어머니를 향한 박씨의 뒤늦은 사랑은 순탄치 않았다. 29일 오후 7시께 저녁 식사를 대접한다며 함께 외출하던 어머니가 아파트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30일 오전 1시께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던 박씨는 오전 3시30분께 자폐증세가 있던 여동생에게 "어머니를 잘못 모신 우리가 함께 죽자"며 둔기로 머리를 내리쳐 숨지게 한 뒤 자신도 흉기로 목과 배를 찔러 자살을 기도했다. 병원으로 후송돼 수술대에 오른 박씨는 "장남 역할을 제대로 하려고 했는데, 하늘이 도와주지 않는다"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이날 박씨를 긴급 체포, 가족 등을 상대로 조사가 끝나는 대로 살해 등의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박상준기자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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