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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해… "물 위기 극복" 좌담/"물 문제엔 수요·공급 얽혀… 한쪽만 접근해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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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해… "물 위기 극복" 좌담/"물 문제엔 수요·공급 얽혀… 한쪽만 접근해선 안돼"

입력
2003.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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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해'를 맞아 환경부와 건설교통부가 공동주최하고 한국일보가 후원한 '지속가능한 물이용을 위한 심포지엄'이 지난 24일 열렸다. 이에 맞춰 방한한 빅토르 포샤 유네스코 국제수문학계획(IHP) 위원장과 신응배 한양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남궁은 환경부 상하수도국장을 초청, 현재 국내외 물위기 상황과 이의 극복방안에 대한 전문적 식견을 들어보았다. /편집자주세계가 직면한 물 위기포샤 위원장= 올해가 세계 물의 해로 지정된 의미는 남다릅니다. 마침내 국제사회가 물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동안 국제사회는 물 문제를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에 국한해 단편적으로 걱정해왔을 뿐 안전한 식수 공급 등 일상의 문제는 간과해왔죠. 다행히 유엔이 올해를 세계 물의 해로 제정함에 따라 각국 정부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을 준비하고 있어 고무적입니다.

흔히 우리는 '물 위기'라는 말을 자주하는데, 물 위기는 여러 측면에서 현실화하고 있어요. 인구가 증가하고 삶의 질이 개선되면서 물 소비는 갈수록 늘어납니다. 특히 인구 증가에 맞춰 식량 공급이 뒤따라야 하는데, 당연히 농업용수 공급이 문제가 됩니다. 이에 반해 수자원은 분명한 한계가 있고, 강수량의 지역별 계절별 편차도 커 물이용의 효율성도 떨어집니다. 이번 세기 중반에 접어들면 최악의 경우 60개국 70억명, 최선이라도 48개국 20억명이 물부족을 경험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물의 양이 확보됐다 하더라도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수질 악화가 심각합니다. 전세계 폐수 생산량은 1,500ℓ로 폐수 1㎗이 담수 8㎗를 오염시킨다고 가정하면, 전세계적으로는 12,000ℓ나 오염수인 셈입니다.

남궁 국장= 우리나라도 물 위기가 남의 일이 아닙니다. 국내 연간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3배지만 높은 인구 밀도 때문에 1인당 강수량은 10분의 1에 불과합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폴란드 남아프리공화국과 함께 물부족 국가로 분류돼 있지요. 건교부의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 따르면, 2011년에는 연간 18억톤 정도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물 부족 현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1인당 하루 물사용량이 374리터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중 최고수준입니다. 수돗물 요금이 싸고 물을 정말 물 쓰듯이 사용하는 생활습관 때문입니다.

신 교수= 수질 문제를 떠나서 물 위기를 논할 수는 없을 겁니다. 많은 양의 물이 확보됐다 하더라도 그 물이 사람에게 위해를 주게 되면 못쓰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콜레라 장티푸스 살모넬라 등의 수인성 전염병이 오염된 물을 통해 전염되는데, 2000년에 물관련 질병으로 사망한 인구가 2,200여만명으로 추정돼요. IHP도 처음에는 양적 문제에 많은 중점을 뒀지만, 점차 수질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댐 건설에 관해

포샤 위원장= 현재의 상황에 대해 낙관적 전망을 할 수 없지만, 암울한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던 2000년 제2차 세계 물포럼 대회 때보다는 올해 열린 제3차 물포럼 대회에서 다소 긍정적인 희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물의 공급량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진정한 해결책은 물 수요 관리에서 찾을 수 있을텐데, 이에 대한 진전된 제안이 나오고 있어요. 예컨대 30% 정도만이 활용되고 있는 관개수의 효율성을 높이는 게 필수적이겠죠. 댐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렸던 제2차 대회에서는 댐 건설로 인한 환경파괴라는 부정적 측면에 초점이 맞춰졌어요. 'NO 댐'이라 적힌 피켓이 연단을 장악하는 사태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일본 교토(京都)에서 열렸던 제3차 대회에서는 댐의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였습니다. 여전히 많은 국가들에서 댐만이 물 공급의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입니다.

신 교수= 국내에서도 댐 문제는 큰 논란거리입니다. 과거에는 주변환경을 아예 무시한 채 댐만 근사하게 지어놓았어요. 또 주민들은 고향에서 거의 쫓겨나다시피 했습니다. 이제는 안됩니다. 물론 건교부 사람들도 이젠 환경친화적 댐을 짓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먼저 지금까지 지었던 댐을 환경친화적으로 바꾸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또 댐을 지을 경우 도로 교통 환경과의 조화 등 그 지역 전체의 종합적인 발전 계획을 함께 세운다면, 주민 합의를 이끌어내는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남궁 국장= 환경부는 환경 문제 등을 야기하는 대형 댐 위주의 정책에서 물 수요관리 정책으로 전환하자는 생각에서 여러 물절약 대책을 추진해왔습니다. 가정의 절수기 설치, 중수도 시설 확충, 노후 수도관 교체, 수돗물값 현실화 등으로 물 절약을 유도하고 있는데, 지난해 4억5,000만톤을 절약했습니다.

섬진강댐 하나의 연간 용수공급량이 3억5,000만톤인데 1.3배를 줄인 거죠. 또 환경부는 대형댐 보다는 중소 규모의 식수댐을 건설하자는 생각이예요. 홍수 방지 등을 위해 불가피하게 댐을 짓게 된다면 환경영향평가 등을 철저히 해 환경친화적 댐건설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입니다.

물관리의 문제점

포샤 위원장= 댐도 마찬가지만 물 문제는 한 측면만으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예컨대, 물을 공급하고 나면 배수와 하수처리 문제가 뒤따릅니다. 물 문제는 수요와 공급이 복합적으로 뒤얽혀 있는 거죠. 기본적으로 물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절약하는 시민들의 태도에서부터 물을 통합적으로 관리 운영하는 제도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물의 위기는 본질적으로 관리의 위기라고 말할 수 있어요.

신 교수= 그 중에서 정부차원의 대응이 가장 중요한데, 국내의 경우 물을 다루는 부처가 5개이고 관련 법률도 13개나 돼 부처간 갈등을 낳고, 비효율적인 물관리를 양산해요. 수량과 수질 분야를 이원화해 종합적인 물관리 정책의 수립에도 문제가 많아요.

남궁 국장= 상수도만 봐도 광역 상수도와 지방상수도 관리주체가 분리돼 있어요. 현재 대통령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중심으로 물 관리 체제 개선을 위한 연구작업이 벌어지고 있는데, 수질과 수량을 일원화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포샤 위원장= 물 관리에서 정부의 정책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개인과 사회의 책임입니다. 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 사회의 결정이니까요. 또 물 문제 해결의 토대는 무엇보다 각 개인이 물을 절약하고, 물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문화라고 생각해요. 한국의 상황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오늘의 대담을 통해 한국이 물 문제를 사회 의제화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물과 관련된 조치가 선언적으로 그치거나 뒷수습에 급급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은 물 문제를 보다 본질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느껴져 희망을 갖게 됐습니다.

/정리=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 이번주 교육특집면은 쉽니다.

국제수문계획(IHP)

국제수문계획(IHP)은 각국 정부의 수자원 관리를 촉진시키기 위한 유네스코의 연구·교육·훈련 프로그램으로 이 분야의 유일한 유엔 체제 사업이다. 각국 정부와 국제사회가 수자원에 관한 국제적 연구사업의 필요성에 공감, 1975년 창립해 현재 36개국이 이사회에 참여해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돼 2007년까지 진행될 제6기 프로그램은 물 관리의 효율성 제고 등 총 21개 영역에서 물 문제 해결의 방법과 절차를 개발하고 검증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홍수관리체계, 물 공급과 공중 보건 등을 공동연구하며 물 교육원을 통해 교육과 훈련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빅토로 포샤(61) 위원장은 수자원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아르헨티나 리토랄국립대 교수로 세계 물파트너십 조정위원회 위원과 국제수자원협회 부위원장도 맡고 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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