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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진의 그림에 담긴 국악] (5) 신윤복의 '주유청강(舟遊淸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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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진의 그림에 담긴 국악] (5) 신윤복의 '주유청강(舟遊淸江)'

입력
2003.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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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몇몇이 모처럼 호사스런 나들이 계획을 세웠다. 나들이 장소는 한강. 배를 한 척 빌려 한강에 배를 띄우고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자니 우선 준비할 것이 많다. 우선 햇빛 가리개를 갖춘 배 한 척을 빌려야겠지? 그리고 이참에 평소 어울리고 싶었던 장안의 명기(名妓) 몇 사람은 초청해야 흥이 나겠고… 풍류가 없을 수 없으니 뱃놀이 음악을 연주할 악사(樂士)도 있어야 할 텐데… 누구를 초청하면 좋을까…'

아마도 이 나들이를 계획하면서 그림 속의 주인공들은 며칠간 머리를 맞대고 이런 저런 궁리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호사스런 '뱃놀이 나들이'를 감상하면서, 좀 엉뚱하게도 나들이 비용이 먼저 생각난다. 어림짐작으로도 꽤 많은 들었을텐데 그걸 누가 어떻게 부담했을까 싶은데 마침 옛 시조 중에 이 궁금증에 답이 될 만한 것이 있었다.

"손약정(孫約正)은 점심을 차리고 이풍헌은 주효(酒肴)를 장만하소/거문고 가야금 해금 비파 적 피리 장구 무고 공인(工人:음악가)은 우 당상(禹堂掌)이 다려 오게/글 짓고 노래 부르기와 여기화간(女妓花看)은 내 다 담당 하옴세"라는 노래다. 물론 시조 내용 중에 표현된 풍류 규모는 신윤복의 그림 '주유청강'보다 크지만 풍류 나들이에 음식과 술, 음악과 여기를 갖추는 것이 기본임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놀이 비용을 서로 적당히 나누어 부담했다는 점이 드러나 재밌다.

마침내 풍류객 몇 사람이 날씨는 맑고 물결은 잔잔한 날을 잘 가려 여기 세 명, 대금 연주자 한 사람을 초청해 뱃놀이에 나섰다. 강바람은 상쾌하고, 청년이 부는 대금 소리와 아리따운 여기가 부는 생황 가락이 어울려 호사스럽고도 넘치지 않는 선유(船遊) 놀이의 분위기를 돋우는데, 정작 배 안의 두 남자의 눈과 마음은 온통 여인에게 쏠려있어 좀 민망하다.

다만 아직 상투를 틀기도 전에 선유 놀음에 초청된 저 젊은 대금 주자는 이런 저런 일에 눈길 뺏기지 않고, 뱃전에 앉아 생황 부는 여인을 향해 자세를 잡은 채 대금연주에 열심이고, 뱃전에 앉은 기생 한 사람은 마침 생황을 준비 해 오길 잘했다는 듯 청년의 대금 가락에 맞춰 모처럼 악흥을 내고 있다.

화가 신윤복이 이런 그림을 그리던 무렵에는 음악인과 여기를 초청하고, 음식을 장만해 밖으로 나서는 호사스런 풍류 나들이가 적지 않았다. 경치가 아름다운 산과 계곡 나들이뿐 아니라, 직접 강에 배를 띄우고 노는 뱃놀이도 꽤 인기였는데 특히 서울 한강의 뱃놀이는 누구나 한번 해 보고 싶은 선망의 풍류였다고 한다. '한강수라 깊고 얕은 물에 수상선 타고서 에루화 뱃놀이 가잔다'라는 '한강수타령'도 이런 뱃놀이 풍속에서 나왔다.

/송 혜 진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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