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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급회담 마지막날

입력
2003.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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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문제에 진전된 내용이 없으면 회담은 깨진다." 남측의 전례 없이 단호한 태도에 따라 제10차 남북장관급회담은 마지막날인 29일까지 치열한 신경전을 거듭했다. 남측은 이날 오후 출발할 예정이었던 서울행 아시아나 전세기를 순안공항에 대기시킨 채 북측과 줄다리기를 계속했지만 핵 문제와 관련한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남측은 이번 회담에서 어르고 달래는 협상 태도에서 벗어나 전에 없이 북측을 강하게 압박했다. 그러나 결국은 북측의 '성의'만 기다리던 이전 회담의 판박이였다.

최대 쟁점은 남북공동보도문에 담을 북 핵 문제 관련 내용과 표현 수위였다. 남북 각각의 초안을 놓고 협상을 하기 위해 열린 오전 9시 실무접촉은 30분만에 끝났다. 이후 양측은 접촉을 끊고 서로 "회담 결렬 불사"를 언급하며 버티기로 일관했다. 남측 대표단에서는 한때 막판 타결에 대한 희망 섞인 관측이 돌기도 했다.

북측이 회담장 내에서는 "핵 문제는 북미간 문제"라고 고집하면서도 회담장 밖에서는 유연한 태도를 보여 기대를 부풀렸기 때문이다.

실무접촉에서 남측은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의 책임과 의무를 이행한다'는 등 구체적인 문구를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마지노선을 그었다. 그러나 북측은 요지부동이었다. 남측 관계자는 어두운 표정으로 "북측이 계속 버티면 정부에서 그만 접으라는 훈령이 올 것"이라고 말해 이번 만큼은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특히 남측은 중간 협의를 위해 숙소를 방문한 북측 연락관에 대해서도 내용이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문전박대를 하는 등 배수진을 쳤다. 이에 따라 오전11시 전체회의도 자연스레 무산됐다. 양측은 오후2시께 최종 공동보도문안을 교환해 검토한 후 접촉을 가졌으나 진전된 표현을 얻어내는 데는 진통이 계속됐다.

양측은 그러나 6월말∼7월초 서울에서 장관급회담을 갖기로 하는 등 대화기조를 새 정부도 이어간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합의 후 이행하지 못했던 교류협력 사안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이견을 좁혔다.

/평양=공동취재단·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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