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된다는 한국 속담을 들었어요."기부문화 운동을 펼치고 있는 아름다운 재단에 27일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쭈뼛쭈뼛 거리며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선 낯선 외국인 노동자 10명이 아름다운 재단에 내놓은 것은 하얀 봉투 속 꼬깃꼬깃한 돈이었다. 이들은 "대구 지하철 참사로 부모를 잃은 어린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300만 2,000원을 모아 왔다. 네팔 이주노동자 공동체 협회인 운마(UNMA) 회원들이었다.
카말 파우델(48) 운마 회장은 "우리의 일터인 한국 사회와 한국 사람들에게 불행하고 슬픈 일이 생겼는데 그것을 남의 일이라고 외면할 수 없었다"며 "슬픔도 기쁨도 함께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낸 돈은 대구 지하철 참사가 발생한 이후 두 달간 운마 회원 400여명이 5,000원, 1만원씩 십시일반으로 모아온 것. 아름다운 재단측은 "한 달 월급 100만 원 정도로 집에 송금하고 먹고 사는 데도 빠듯할 텐데 이렇게 모아온 돈을 쉽게 받기 힘들 정도였다"며 감격했다.
운마는 한국에서 일하는 1,200여 명의 네팔인이 속해 있던 28개 네팔 이주 노동자 공동체 회장단이 지난해 12월 이주 노동자 강제 출국 조치에 대처하기 위해 만든 조직. 파우델 회장은 동대문의 한 PVC 파이프 제조 공장 노동자이지만 1992년 한국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조국 네팔에서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경험이 있다. 경기 시흥의 문틀 제조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타파 사무국장 역시 국립 네팔대 경제학과 출신의 엘리트다. 타파 사무국장은 "네팔 사람들도 수 년간 지속된 내전 때문에 피해와 고통이 크지만 우선 우리 주위에 있는 한국 사람들의 고통을 다독거리고 싶었다"며 "한국 사람들도 네팔인들의 슬픔에 귀 기울여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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