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박찬호(30·텍사스 레인저스)가 15일짜리 부상자 명단(Disable List)에 올랐다.텍사스 레인저스는 29일(한국시간) "박찬호가 허리 통증으로 15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라 마이너리그에서 훈련한다"고 밝혔다.
텍사스 코칭스태프는 28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무려 7개의 사사구를 내주며 4이닝동안 5실점한 박찬호의 거취와 관련 밤늦게까지 회의를 열고 부상자명단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박찬호는 현재 특별한 부상은 없지만 지난해 부상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부진을 거듭하자 코칭스태프가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박찬호가 부상자명단에 오른 것은 이번이 세번째이다. 지난 시즌 시범경기에서 허벅지부상으로 시즌초 처음으로 부상자 리스트에 올랐고 오른쪽 손가락에 물집이 생겨 8월8일부터 24일까지 또한차례 부상자명단에 포함됐었다.
30일부터 벌어지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원정경기에 동행하지 않고 알링턴 집에 머물며 마이너리그에서 구위를 가다듬을 예정인 박찬호는 이르면 5월14일 열릴 보스턴 레드삭스전에 등판할 전망이다. 그러나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메이저리그 복귀가 더 늦어질수도 있다. 비록 마이너리그로 강등되지 않았지만 부상자명단에 오른 것은 박찬호에 대한 구단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것으로 풀이된다.
벅 쇼월터 감독은 최근 5회 이전 주자가 누상에 나가면 여지없이 불펜에 전화를 걸어 구원투수를 대기시켰고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17일 애너하임전에서도 "제대로 맞은 타구가 운좋게 야수들의 글러브에 들어갔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부상자 명단 등록의 표면적 이유는 허리 부상이지만 더 이상 마운드를 맡길 수 없다는 쇼월터 감독의 판단이 작용한 셈이다.
지난해 5년간 6,500만달러의 장기 계약을 했던 박찬호는 2002시즌에 9승8패, 방어율 5.75로 기대에 못미쳤고 올시즌에는 제구력마저 완전히 실종돼 고전을 면치못했다. 보름뒤에도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박찬호는 불펜투수로 마운드를 들락거리는 처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
마이너리그행을 거부할 수 있는 이면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진 박찬호가 당분간 마이너리그로 떨어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계속 부진이 거듭될 경우 다른 팀으로 이적 등 박찬호의 거취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찬호의 전담포수인 채드 크루터도 이날 팀에서 방출됐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 부상자 명단이란
부상자 명단(DL·Disabled List)은 메이저리그 25명의 현역선수중 부상 또는 병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선수들의 리스트를 말한다. 재등록시한에 따라 15일짜리와 60일짜리로 나뉜다. 부상자명단 앞에 붙는 기간은 엔트리에 복귀할 수 없는 최소기간을 나타내며 최대기간에는 제한이 없다.
부상자로 공시된 선수는 15일이 경과한뒤 곧바로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에 다시 포함될수도 있고 특별한 연장과정 없이 시즌이 끝날 때까지 그대로 DL에 올라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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