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의 저자 허준과 그의 스승 유의태가 거처하며 연구했던 곳, 지리산 천왕봉이 위치하고 심산유곡에서 온갖 약초들이 자생하는 천혜의 땅. 경남 산청이다. 여기엔 옛 가락국의 영화가 서려있다. 때마침 어린이날을 전후로 산청에서 '지리산한방약초축제'(5월3∼7일)가 열린다. 아이들 손을 잡고 지리산 풍광을 감상하고 부모님께 드릴 한방 약초도 구입할 수 있다. 살아있는 자연과 더불어 역사와 문화, 예술의 현장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한방약초의 성지-산청군
산청은 지리산 자락에 자리잡은 농촌 마을. 전체 면적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산과 임야에서 지리산오가피, 산수유, 오미자 등 1,000여 종의 약초가 자생하고 약초재배 농가에서 생산되는 청정약초들은 저마다 약기운을 자랑한다.
축제 때는 각종 약초와 한약재 및 한방차와 한방술 등이 한자리에 전시되며 한방·약초체험도 해볼 수 있다. 약초동산과 농특산물장터가 운영되며 약초썰기, 약초심기, 홍화꽃잎 따기 등 체험이벤트도 다양하게 벌어진다. 김동환 산청군의회 사무과장은 "올해가 3회째 축제를 계기로 쌀 농사 등 전통농업에서 약초 재배농으로 전환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왕산에 가면 유의태 약수터에서 약수를 마셔볼 수 있다. 산청군청 (055)970―6422∼3
심산유곡의 절경
산청군의 주요 도로 대부분은 강과 계곡을 끼고 있다. 도로를 따라 달리는 것이 곧 물줄기를 따라 흘러가는 기분이 든다. 도로변 양쪽으로 줄줄이 이어지는 첩첩산중의 기암괴석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자동차 엔진 소리를 주눅들게 할 만큼 울려 퍼지는 계곡 물 소리는 시원하기 그지없다. 단성IC에서 중산리계곡까지 이어지는 20번 도로는 대표적인 드라이브코스. 산청군 관광자문역인 이우상 진주국제대 교수는 "쌀이 떨어질 때쯤 마다 이 도로를 달리며 드라이브를 즐긴뒤 메뚜기쌀도 사간다"고 소개한다. 50번 도로에서 금서농공단지와 밤머리재로 이어지는 구간은 심산유곡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코스. 대원사 계곡, 백천사 계곡 등 천혜의 골짜기들도 옥수를 쏟아낸다.
역사와 예술의 관광지
가야국의 마지막 왕인 구형왕은 유달리 덕이 많았다고 한다. 권력과 왕좌에 연연하여 승산없는 싸움으로 백성의 목숨을 헛되게 하기 보다는 백성의 안전을 담보로 신라에 나라를 넘긴후 조용히 이 곳에서 여생을 보냈다. 지금 왕산기슭에 잠들어 있는 그의 무덤은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연상시키는 모양의 돌무덤 형태로 특이한 구조가 눈길을 끈다.
지리산 빨치산토벌 전시관에 들르면 빨치산들의 생활상, 군경의 토벌상황, 양민들의 고통 등 우리 역사의 아픈 부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양반마을인 남사고가마을의 고가를 둘러보고 생초면 창작스튜디오(055―972―2982)에서 축제기간 동안 열리는 국제 현대조각 심포지엄도 찾아가 볼만 하다.
/산청=글·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
● 여행수첩
대전-진주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서울에서 3시간 30분 거리.
산 깊고 물 맑은 동네답게 1급수에서만 자란다는 쏘가리 요리가 특별 메뉴. 생초IC 초입에 있는 생초식당(055―972―2152)에서는 서울에서 맛보기 힘든 쏘가리회와 쏘가리찜, 쏘가리탕(3만∼5만원) 등을 맛볼 수 있다. 쏘가리 한 점을 고추, 마늘과 깻잎에 싸서 먹으면 향이 코를 찌른다. 피리조림(2만원)과 은어, 방어회(2만5,000원)도 입맛 당긴다. 홍화원(055―973―9555)에서 토종 흑돼지구이를 맛본 뒤 바로 옆 홍화전시관에 들러 뼈에 좋다는 홍화씨를 둘러 보는 것이 코스.
아름답기로 소문난 대원사계곡에 들르면 계곡 바로 옆에 '휴림'(055―973―4156)이 기다린다. 녹차잎과 취나물 해산물로 부친 산사부침과 도토리와 쑥으로 만든 산사떡을 맛보고 산사나물밥을 시켜 먹으면 배가 든든하다. 목화식육식당(055―973―8800)의 구수한 추어탕도 유명하다. 잠자리는 삼성관계사 가족들이 이용하는 삼성산청연수소(055―970―5550)가 고급스러우며 중산리계곡 등 계곡 주변이나 산등성이에 분위기가 고즈넉한 모텔과 여관이 많다.
■성판원 부부 30년째 명맥
지리산에서 자생하는 약초 중 으뜸은 오가피. 품종과 약효가 남달라 '지리산 오가피'라 불린다. 피를 맑게하고 인삼의 할아버지로도 불리는 지리산 오가피는 30여년전만 해도 흔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돈벌이가 안된다고 재배 농가가 하나 둘씩 사라지는 와중에서도 성판원(58) 박영숙(53)씨 부부(사진)는 30여년째 지리산 오가피의 명맥을 이어왔다.
가시오가피 등 다른 품종과 달리 잎 줄기에 작은 가시가 나 있는 것이 지리산 오가피의 특징. 오가피 묘목을 지리산 깊은 산골 농장으로 옮겨 심어 약재를 생산하는 성씨는 "오가피는 반드시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서만 재배해야만 약효가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기관에 의해 입증됐다"고 설명한다. 성씨는 스스로의 노력으로 2000년 식약청으로부터 '지리산 오가피' 식품 등록을 받아내기도 했다.
현재 산청군 사천면에서 지리산 오가피 영농회 소속 5개 농가가 재배하고 있는 오가피는 30여만평에 60여만포기. 영농회는 한방약초 축제 때 지리산오가피 엑기스와 오가피술, 오가피 차 등을 선보인다. (055)972―9272
/산청=박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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