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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감염병 관리시스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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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감염병 관리시스템 필요하다

입력
2003.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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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보건원이 29일 전날 중국에서 귀국한 40대 남자를 사스 추정환자로 분류했다며 세계보건기구에 보고할 계획이라고 공식발표, 우리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인됐다. 사스는(SARS)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영문단어 첫 자를 이어 만든 신조어이다. 38?C 이상의 고열과 기침, 호흡곤란의 증상이 있는 사람이 중국, 홍콩, 베트남, 싱가포르를 10일 전쯤에 다녀왔다면 사스 '의심' 환자로 판명하기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했다. 게다가 흉부방사선 검사에서 폐렴 소견이 관찰되면 사스'추정'환자로 격이 높아지고 각국도 세계보건기구에 보고하기로 약속했다.이 질병은 전염력이 높아서 정체가 규명돼 사스로 불리기 여지기 전까진 괴질로 불렸다. 중국 광둥(廣東)성에서 발생한 괴질은 홍콩을 거쳐 싱가포르와 베트남 그리고 전 세계 30개국으로 확산된 상태다. 이 괴질을 놓고 당초 인플루엔자라거나 탄저 또는 여러 감염증, 심지어 바이오 테러 등으로 추측하다가 세계보건기구의 과학적 조사와 연구 등에 힘입어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즉 사스로 명명되었다.

이렇게 신속하게 질병이 기술되기까지 여러 의사들의 노력이 있었지만 베트남에서 열심히 환자를 돌보고 기록을 남긴 이태리 출신인 세계보건기구의 감염전문의 어바니(Urbani)의 활동을 간과할 수 없다. 어바니는 보고를 한 후에도 열심히 환자를 진료하던 중 사스에 이환되어 생명을 잃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부터 발생한 사스가 점차 확산되고 있음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보를 국제사회에 알려주지 않았다. 그 결과는 지금 드러났듯 비극적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그리고 미국 질병관리센터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연구진은 얼마 전 환자들의 가검물 등을 검사해 사스의 원인이 변형된 코로나바이러스임을 밝혀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가 흔히 환절기 등에 경험하고 이환되어 고생하던 감기를 일으키는 많은 원인미생물 중 하나였다. 그러나 변형 코로나바이러스는 인류에게 감기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폐렴과 호흡부전증을 유발하여 사망하게 하는 새로운 유형의 무서운 질병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변형코로나바이러스 즉 사스바이러스에 대한 특이적 치료제가 없다. 이를 막을 예방주사도 없는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가능한 전파와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스바이러스는 긴밀한 접촉으로 전파·확산된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 외의 전파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닐지라도, '공기로 감염되는 것 아니냐', '황사를 타고 와서 감염이 되지 않겠느냐'는 등의 우려는 거의 가능성이 없다. 바이러스의 특성상 생체 외에서는 3시간정도밖에 성장하거나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예방 방법으로는 일단 환자를 건강한 사람으로부터 10일 정도 격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가 강제력을 동원, 격리시킬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격리 당하는 사람의 인권이 문제시 될 수 있지만, 대다수 국민의 건강권이 더 중요한 만큼 감수하는 것이 의학적인 면에서는 필요하다.

국내에 사스추정환자가 보고된 이상 철저히 대처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이번 사태를 통해 새로운 질병 특히 전염력이 높은 질환이 발생하였을 때 개인과 사회는 어떻게 대응하고, 국가는 어떤 대비책을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국민에게 어떻게 정보를 제공하여야 하는 지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차제에 완벽에 가까운 시스템이나 제도를 마련하고 또 활용할 수 있는 유비무환의 태세가 필요하다. 국제적인 신망을 지닌 미국의 질병관리센터의 활동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정부는 우리나라가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지키는 시스템을 갖춘 나라라는 신념을 줘야 한다.

우 준 희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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