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베이징(北京) 3자 회담에서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해결책으로 제시한 '새롭고 대담한 방안'에 대한 미국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국무부의 콜린 파월 장관과 리처드 바우처 대변인은 28일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핵과 미사일 모두에 대한 협상안을 제시했음을 강조했다. 또 북한측이 '핵 실험'을 언급한 사실이 없다는 대목을 거론, 북한의 위협에 초점을 맞췄던 미국 일부 언론의 보도가 과장됐음을 알리고 있다. 국무부가 강공책과 유화책 사이를 오간 북한의 혼란스런 반응 가운데 협상 의지를 비친 점에 주목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파월 장관은 "북한의 모든 제안을 책상 위에 올려 놓을 것"이라고 말해 북한을 향해 기다리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의 제안 내용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미 언론들은 미 행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 북한이 베이징 3자 회담에서 체제 안전보장 미국 및 일본과의 외교관계 수립 경수로의 완공과 완공 지연에 대한 보상 경제제재 해제 등 '긴 목록의 조건들'을 제시했으며 그 대가로 자신들은 아주 사소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사소한 조치란 핵 개발계획 포기와 미사일 개발 및 수출의 중단을 의미한다. 뉴욕 타임스는 29일 미 행정부 내에 북한에 대한 입장이 강·온파로 갈려있지만 북한의 제안 내용들에 대해서는 강·온파 모두 대부분 수용할 수 없는 것들이라고 단정했다.
그러나 파월 장관은 "3자 회담이 첫번째 만남이었다"고 강조, 향후 회담이 지속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중국도 향후 회담 중재에 강한 의욕을 내비치고 있다.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북한, 미국과 접촉해 2차 베이징 3자 회담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미국이 북한을 유인하기 위해 어떤 카드를 내 놓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을 유인할 어떤 보상도 없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포기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회담의 일정단계에서 '상당한 대가' 요구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파월 장관은 "켈리 차관보의 메모와 보고에 대해 시간을 들여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바우처 대변인은 "북한이 핵을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방법으로 폐기하면 우리는 북미 정상적 관계에 이르는 포괄적 접근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의 최대 변수는 매파의 협상 제동 가능성이다. 특히 북한의 폐연료봉 재처리가 협상용 엄포가 아니라 실제 상황으로 드러날 경우 강경파는 협상의 무용론을 주장하며 김정일(金正日) 정권 타도를 위한 보다 직접적인 제재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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