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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정지용문학상" 수상 유경환 시인/"산이 묻더군요 삶에서 소중한게 진정 무엇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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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정지용문학상" 수상 유경환 시인/"산이 묻더군요 삶에서 소중한게 진정 무엇이냐고"

입력
2003.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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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큰 저울 있어// 저 못에 담긴/ 고요/ 달 수 있을까// 산 하나 담긴/ 무게/ 달 수 있을까// 달 수 있는/ 하늘 저울/ 마음일 뿐'('낙산사 가는 길 3') 지용회(회장 이근배)가 주최하고 한국일보사가 후원하는 제15회 정지용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유경환(67)씨가 선정됐다. 15일 만난 유씨는 "시인으로 등단하던 때만큼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소감을 밝혔다.그는 1958년 월간 '현대문학'에 고(故)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했다. 그 전에 동시·동화 작가로 활동하고 있었지만 시인이 됐다는 기쁨은 말할 수 없이 컸다. 추천이 완료된 '현대문학' 4월호를 사들고 을지로 장안서림에서 원효로까지 걸어오면서 내내 읽었을 정도였다. 더욱이 스승인 박두진 시인이 제1회 정지용문학상 수상자여서 이번 수상의 의미는 각별하다.

수상작 '낙산사 가는 길 3'은 지난해 초 설악산에서 내려와 서울로 향하는 고속버스 안에서 지었다. 그는 2년 전부터 설악산을 자주 오르내렸다. 잡지 기자, 신문 기자 등으로 활동하다가 대학에서 교편을 잡은 그는 쇠약해진 몸을 추스르기 위해 산을 찾았다. 홀로 산에 머물면서 꽃과 나무와 물을 만났다. 그 목숨 있는 것들과 가까워진 어느날 그는 "낚시바늘이 거꾸로 가슴에 꽂히는"것을 느꼈다. '물음표'를 말하는 그의 시적 표현이다.

"산이 묻더군. 너는 누구냐, 어떻게 사느냐고. 삶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이냐고." 바삐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누구도 묻지 않았고, 그 자신 누구에게도 묻지 않았던 물음이었다. 그는 시로써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했다. '낙산사 가는 길' 연작시 20편은 그렇게 쓰여졌다. 수상작을 풀어달라는 청에 "산이 연못에 들어간 것은 연못이 깊어서가 아니고 맑아서이다. 인간의 심성이 연못만큼만 맑다면 세상을 다 포용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시집 15권을 낸 시인이지만 그는 아직도 아동문학가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물론 그는 시와 동시 가르기에 반대한다. "영국의 경우 '동시'라는 말이 없다. 어머니와 교사가 시 작품 중에서 어린이를 위한 시를 선택해 읽어준다. 동시와 시를 구별하는 것은 한국과 대만, 일본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시집보다 많은 동시집을 냈지만 동시와 시를 구분해 쓴 적은 없다. 책을 내는 출판사에서 가려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계예대 문예창작과 강의도 지난해로 마친 그는 요즈음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왜 착하게 사는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지가 늘 가슴 아팠다. 그렇게 삶이 고단하고 피로할 때 위안이 되는 시를 쓰고 싶다."

정지용문학상 시상식은 5월11일 오후 3시 세종문화회관 소강당에서 지용제 행사와 함께 열린다. 정지용이 '5월의 문화인물'로 선정된 것을 기념한 이 행사는 시인 김남조 문정희 오세영씨 등의 시 낭송, 김복희무용단의 공연, 가수 이동원씨의 음악 무대 등으로 꾸며진다. 정지용의 고향인 충북 옥천군에서도 5월17일 오전 10시 충북과학대 강당에서 문학세미나를 개최한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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