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 재보선에서 당선된 개혁당 유시민 의원이 29일 국회 등원 첫날부터 튀는 행동으로 파란을 일으켰다. 유 의원은 의원 선서가 예정됐던 이날 본회의에 양복 정장이 아닌 검은색 캐주얼 양복 상의에 회색 티셔츠, 흰색 면바지 차림으로 나타났다. 이러자 상당수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에 대한 모독"이라며 집단 퇴장하는 바람에 선서를 하지 못했다.개회에 앞서 이규택 총무 등 한나라당 지도부는 유 의원의 옷차림에 발끈, 박관용 의장과 개혁당 김원웅 대표에게 "옷을 갈아입고 오도록 해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또 민주당 이윤수 의원은 "티셔츠 바람으로 선서 하겠다는 거냐"며 버럭 소리를 질렀고 정동채 의원은 유 의원이 인사를 하며 내민 손을 외면해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유 의원이 한나라당 홍문종, 오경훈 의원과 함께 선서를 하기 위해 단상에 서자 한나라당 의석에서 "옷이 그게 뭐야" "국회에 놀러 왔나"라는 고함이 터져 나왔고 곧바로 대부분 의원이 퇴장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그저 지켜만 볼 뿐 유 의원을 두둔하지는 않았다. 이에 박 의장은 "의원 선서는 내일 하겠다"며 퇴장한 의원들을 불러들여 사태를 수습했다. 유 의원은 "편한 옷을 입고 열심히 일하겠다는 뜻인데 이를 문제 삼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다만 다른 두 의원도 선서를 해야 하기 때문에 내일 어떤 옷을 입을지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미경 의원은 "14대 국회까지 여성 의원들도 바지를 입지 못했다"면서 "아직까지 국회가 권위주의 문화를 탈피 못한 것같다"고 유 의원을 두둔했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 사이에는 "의원 선서는 국민과 국회에 대한 첫 인사인데 정장을 갖추는 게 기본 예의 아니냐"는 비판이 많았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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