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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보는 세상/ 마야의 "진달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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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보는 세상/ 마야의 "진달래꽃"

입력
2003.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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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의 이미지는 '나 노래 좀 한다'고 자랑하는 여자 가수들에게는 반드시 따라 다니는 별명 같은 것이다. 여성 록커 마야(사진). 이름도 '난 악마야'의 마지막 두 글자를 따 왔다고.열정적인 록커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짧은 머리에 민소매 셔츠 차림의 씩씩한 소년 같은 옷차림새다.

이정현도 가수 데뷔 때는 영화 '꽃잎'의 가녀린 소녀 이미지를 벗어버리기 위해 당돌한 이미지를 내세웠다. 이정현을 수식하는 말은 '테크노 여전사'. 촛불 시위에도 참여하는 등 '할 말은 한다'는 이미지까지 가미돼 있다. 가창력으로 승부하겠다는 빅마마는 컨셉 자체가 전사적이다. 외모 지상주의 가요판에 반기를 든다는 것 아닌가.

여전사들이 부르는 노래는 감정을 숨기고 이성적으로 행동하자는 게 주제다. 한 때 '돌아와 내게 내게 돌아와'(이선희 '나항상 그대를')라며 이별할 때 감정에 솔직한 여자가 괜찮은 여자로 꼽힐 때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 괜찮은 여자는 매달리지 않는 '쿨'한 여자. 사정하며 매달리는 여자는 헤어질 때 가장 꼴불견인 여자로 꼽힐 정도다.

마야의 노래 '진달래꽃'은 '쿨함'의 원조라 할 수 있는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에 담긴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라는 정서를 담고 있다. '그대 행복하게 빌어줄게요/ 내 영혼으로 빌어줄게요'라고 헤어지는 마당에도 씩씩하다. 이정현의 '달아 달아'도 떠나는 남자에게 솔직하게 '날 떠나지 마'라며 매달리지도 못하고 아무 상관 없는 달만 바라본다. '어딜가도 그 사람의 흔적들이 내 가슴을 아프게' 하지만 '달아 달아 제발 나를 도와줘 그 사람은 나의 남자야'라고 달에게 소원만 빌 뿐. 빅마마의 '브레이크 어웨이'에서도 매달리는 것은 금물. '이제 날 다 버리고 떠나줘/ 첨부터 넌 없었던 사람처럼'이라고 너그러운 모습까지 보여준다.

여자가 사회에서 뭘 좀 하려면 씩씩한 전사가 되어야 한다는 게 성공한 여성들이 입을 모아 제시하는 노하우다. 풍부한 감성을 숨기고 그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쿨한 여성'이 되자고 동참을 호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풍부한 감성과 날카로운 이성의 교차점을 찾아 내는 것은 참 쉽지 않은 것 같다.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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