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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두더지잡기式 부동산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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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두더지잡기式 부동산대책

입력
2003.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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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재건축아파트 값을 잡겠다고 한 것이 어디 한 두 번 입니까"정부가 25일 투기지역 지정이라는 고강도 대책을 내놓은 이후 서울 강남 일대 재건축아파트 주변에서는 일부 급매물이 나오는 가운데 거래가 뚝 끊겨 외견상 정부대책이 효과를 나타내는 듯한 분위기다. 하지만 현장에서 부동산중개인이나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분위기는 영 달라진다. 잠시 지나가는 '소나기'를 맞지 않기 위해 몸을 피할 뿐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는 느긋한 반응들이다. 대치동의 한 부동산중개인은 "정부의 대책은 길어봤자 몇 달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 중개인은 싼 값에 급매물이 나오는 이 때가 투자 호기(?)라며 물건을 잡아달라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고 귀띔까지 했다.

이 같은 시장의 냉소적 반응은 투기바람이 불면 반짝 대책을 내놓은 정부의 '두더지 잡기'식 부동산 대책의 산물이다. 지난 2년간 부동산 가격이 뛸 때마다 정부가 요란한 대책을 쏟아냈지만 그때 잠시 일뿐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대응으로 투기수요를 잠재우는 데는 번번히 실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8·9 대책'이 나올 당시 재건축아파트는 투기바람의 진원지로 정부의 각종 규제조치가 집중됐던 곳이다. 그러나 투기가 조금 사그러들고,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규제 조치들도 하나 둘 후퇴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보유과세 강화 차원의 재산세 인상은 지방자치단체의 반대로 흐지부지 됐고, 재건축의 전제 조건인 아파트 안전진단 기준도 슬며시 완화됐다. 서슬 퍼렀던 부동산 투기 현장조사도 오래가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환자에게 약을 계속 투여하면 약발이 떨어져 면역력만 키운다는 이야기가 실감나는 것이 요즘 강남일대 재건축시장이다.

김 혁 경제부 기자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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