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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뜯기 없는 열린 넷세상 "블로그"에 흠뻑 빠졌어요"/블로거 3인 이재철·이상혁·장희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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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뜯기 없는 열린 넷세상 "블로그"에 흠뻑 빠졌어요"/블로거 3인 이재철·이상혁·장희재씨

입력
2003.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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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철(33·굿데이 광고마케팅본부 과장) 이상혁(30·프레스티지 커뮤니케이션 팀장) 장희재(25·유학준비생)씨는 남들보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자기가 올린 글에 답 글이 달렸나 들어가 보고 남의 글에 서너 개의 답 글을 달다 보면 한 시간은 금방이다. 하루 중 본명보다 uncle, thomas, heejae0704라는 ID로 활동하는 시간이 더 길 때도 있다. 서로 하는 일이 다르고 얼굴 한번 마주친 적 없지만 날마다 안부를 주고 받는 사이이기도 하다.세 사람의 공통분모는 블로그(blog)를 한다는 것. 요즘 '1인 미디어'로 각광 받고 있는 블로그는 웹(web)과 로그(log)의 합성어인 이름처럼 인터넷 상에서 운영되는 개인 게시판. 홈 페이지와는 달리 손쉽게 자료를 올릴 수 있고 답 글을 달 수 있다. 블로그끼리 네트워크를 이루고 지난해 9월 문을 연 사이트 '블로그'(www.blog.co.kr)에는 7만개가 넘는 블로그들이 모여 있다.

지난 연말연초 블로거(블로그를 하는 사람)가 된 세 사람이 올리는 형식은 저마다 다르다. 이재철씨는 띄어쓰기 하지 않은 장문의 글, 이상혁씨는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 장희재씨는 직접 그린 '몽글이'라는 만화를 주로 올린다. 하지만 내용은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이다. 주변 사람들 얘기, 지나가다 본 이런 저런 모습과 생각들. 1인 미디어니 시사적인 뉴스를 올리지 않을까 했던 선입견은 빗나갔다. "외국에서는 뉴스 전달자들이 블로그를 하기도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닙니다. 모든 것이 뉴스가 된다는 점에서 블로그는 미디어와 뉴스의 개념을 대폭 확장한 셈이죠." 이상혁씨의 설명이다.

블로그는 외향적이기보다 내향적인 미디어다. 무엇보다 손님 끌기에 연연하지 않는다. 펜에 잉크를 찍어 자기만의 일기를 쓰듯이 따뜻한 마음으로 글을 올린다. 이재철씨는 "내가 보낸 시간을 남겨 두고 싶은 거죠. 따로 서버에도 저장해 둡니다"라고 말한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난 이후 마음이 편안해진 것도 세 사람의 공통점이다. 그래서 블로그에는 타인의 글에 대한 비난이 거의 없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동호회 회장을 지냈던 장씨는 "블로그에서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달리 자신의 의견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프 라인 만남도 없다. 포털업체 등이 주목하는 블로그의 수익성에 대해서도 정작 블로거들은 냉소적이다. "광고성 글은 블로거들이 가장 혐오하는 종류지요."

그렇다면 블로거들은 사적인 글을 왜 굳이 누구나 볼 수 있는 인터넷에 올리는 것일까. "오프 라인 만남에서는 할 말이 대개 정해져 있죠. 하지만 블로그에서는 누구에게든, 무엇이나 말할 수 있어요. 오프 라인 모임에서 개나리가 너무 예쁘다고 하면 놀림감이 되지만 블로그에서는 한 명이라도 공감해주는 이를 만날 수 있죠." (이상혁씨) "내 얘기를 하고 남의 글을 읽으면서 사람들은 바다 밑으로 연결된 섬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장희재씨)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가장 일반적인 것 같아요. " (이재철씨)

세 사람은 블로그를 통해 이제는 어디에서도 경험하기 힘든 사적이고 진지하며 인간적인 커뮤니케이션과 네트워킹을 하고 있었다. 쓰면 쓸수록 느는 글 솜씨도 재미지만 하루하루 작은 것들과 자기 안을 들여다보며 살게 되는 것이 좋아 "10년 뒤에도 블로그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자와의 인터뷰가 있던 날 밤, 세 사람 중 두 명은 각자의 블로그에 인터뷰를 겪은 소감을 자세히 올려 놓았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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