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류를 중심으로 한 개혁 신당 추진 작업이 가속화해 민주당이 분당(分黨) 위기를 맞고 있다. 신·구주류 대표가 28일 오후 급히 만나 분당을 막기 위해 당 개혁안을 합의 처리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절충에 실패, 양측의 결별 위기감을 더욱 가중시켰다. 이 회동이 끝난 뒤 신주류 핵심 의원 20여명은 밤에 모여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 및 신당 추진을 위해 당에 신당추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그러나 신당 추진 방식을 놓고 신주류 안에서도 '헤쳐모여식 개혁신당' '민주당 계승 통합신당' '민주당 리모델링'등으로 의견이 갈리고 구주류의 반발 또한 거세 앞길은 불투명하고 험난한 게 사실이다.왜 신당인가 표면적으로는 "현 민주당 체제로는 내년 총선에서 참패를 면할 수 없다"는 이유를 댄다. 3김 시대의 정치 기반인 지역주의를 탈피하지 않고서는 정치개혁과 정당개혁을 이룰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 보면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당 전면에 나선 신주류들이 구주류 기득권세력의 견제에 따라 당의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신당 추진의 중요한 배경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신주류로선 지역 및 당내 기반이 약한 노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을 높이고 명실상부한 정권 주도세력으로 자리잡기 위해선 우선 민주당을 실질적으로 휘어잡아야 했다. 신주류는 이를 위해 1차로 당 개혁안 관철을 시도했지만 구주류 반발로 어렵게 되자 "아예 딴 살림을 차리자"는 생각을 갖게 됐다는 분석이다.
신당 띄우기 나선 신주류 신주류는 이날 각 그룹 별로 조찬 오찬 만찬 모임을 잇따라 갖고 의견 통일을 시도하는 등 급박하게 움직였다. 신주류의 속내는 밤에 이뤄진 핵심 의원 18명의 만찬 회동서 그대로 드러났다. 이들은 위임자 4명을 포함, 의원 22명의 명의로 발표한 결의문에서 "민주당은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당외의 개혁·통합세력이 참여하는 신당을 추진해야 한다"고 치고 나왔다. 이들은 이어 "현 최고위원단은 모두 사퇴하고 대신 신당추진위를 구성, 임시지도부 역할을 맡겨야 한다"고 구주류를 압박했다. 이 모임에는 지난 대선 직후 민주당 해체를 주장했던 서명파 의원들이 주로 참석했다.
앞서 신주류 핵심이자 개혁그룹 대표인 의원 13명은 여의도 한 호텔에서 조찬 모임을 갖고 신당 창당 논의에 물꼬를 텄다. 이해찬(李海瓚) 이강래(李康來) 의원 등 대부분 참석자가 "민주당 창당 때처럼 개혁세력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대동단결하는 새판짜기가 필요하다"며 통합신당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재정(李在禎) 의원은 "(신당창당에는) 뜸이 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강경파에게 속도조절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낮에는 '리모델링'을 선호하는 김원기(金元基) 고문과 정대철(鄭大哲) 대표가 개혁그룹 대표들과 오찬 모임을 갖고 의견 조율에 나섰다. 김 고문은 "외부세력을 동참시켜 재창당 수준 이상으로 틀을 바꾸면 된다"며 강경파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상수 총장과 구주류측 김태랑 최고위원이 오후에 만나 구주류 최고위원들의 전원 퇴진을 전제로 한 임시지도부 구성 문제를 논의했으나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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