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8일 북한이 핵 보유 사실을 시인한지 나흘 만에 처음으로 반응을 나타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외교통상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북핵 문제의 핵심은 북한의 핵 포기와 안전보장"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핵 포기'라는 포괄적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핵 계획 뿐만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핵무기도 포기의 대상에 포함시켰으나, 여전히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자제했다. 노 대통령이 이처럼 말을 아끼고 있는 것은 그만큼 최근의 북핵 문제 전개 상황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노 대통령의 신중한 접근방식의 기저에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의지가 깔려있다. 북한의 핵 보유 발언에 대해 섣불리 반응을 보였다가 자칫 판을 깰 수도 있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 보유가 사실인지 여부에 대해선 나라마다, 또 정보기관마다 평가가 다르기 때문에 이 부분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모호하게 남겨두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했을 것같다. 오히려 노 대통령은 5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어서 한미 공조의 방향과 북핵 문제의 해결 구도에 대해서 미국과의 조율에 공을 들이고 있는 단계에 있다.
노 대통령은 또 북한의 핵 보유가 사실인지 여부와는 별도로, 베이징 3자 회담으로 시작된 대화의 기조를 최대한 살려가야 한다는 쪽에 정책의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여기에는 3자 회담이 궁극적으로 우리 정부를 포함하는, 보다 확대된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북한이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핵 무기도 이 다자 틀 안에서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노 대통령이 이날 "3자 회담은 그것대로 의미가 있으며 관련 국가들이 여건 조성과 중재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 "문제의 해결에 치중해야지 형식에 지나치게 매달려서 우왕좌왕하거나 결과가 잘못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와 함께 청와대 참모들은 28일 북한이 베이징 3자 회담에서 밝혔다는 이른바 '대범한 제안'에 대해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북한의 핵 보유 시인에도 불구, 이 제안이 장기적 협상 타결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시각을 보였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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