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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학습/ 동물원

입력
2003.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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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아이들과 동물원에 다녀왔다. 몇 번 가 보았지만 이번은 좀 특별했다. 동물들이 왜 그곳에 있어야 하는지 등 동물원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 함께 간 분은 동물에 대한 남다른 활동을 하는 분으로 많은 말씀을 들려주셨다.비가 내려 사람도 많지 않은 동물원에서 아이들이 처음 만난 동물은 기린이었다. 비가 제법 와서 다른 동물은 우리 속으로 들어갔는데 기린만 밖에 있었다.

아이가 물었다. "선생님, 기린이 왜 자꾸 우리 안으로 들어가려 해요?" 자세히 보니 어린 기린들이 우리 안으로 들어가려고 통로 쪽에 몰려 있는데 통로가 막혀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글쎄…. 기린은 원래 어디서 살까?" "아프리카요." "아프리카는 우리나라보다 추울까, 더울까?" "당연히 덥지요." "그러면 지금 비가 오는데 기린은 얼마나 추울까. 그래서 우리 안으로 들어가고 싶을 거야." "그러면 왜 문을 막았을까요?" "일요일인데 비 온다고 동물을 한 마리도 볼 수 없으면 구경 온 사람들이 실망할까봐 통로 문을 막았을거야."

기린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혀로 핥는 버릇이 있다. 기린 우리의 기둥에 드문드문 하얗게 칠이 벗겨진 자국이 보였다. 스트레스를 받은 기린이 기둥을 핥아 생긴 것 같다. "저거 페인트로 칠해져 있어 먹으면 안될텐데." 제법 큰 아이들은 그런 걱정도 했다.

동물원에 갇힌 동물을 보면서 동물원이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만들어졌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찾아가서 볼 시간도 없고 번거로우니까 아예 동물을 데려와 관람하자는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인간세상에 또하나의 슬픈 공간이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돌고래쇼에 나온 얼룩덜룩한 물개 피부를 보고 아이들은 걱정한다. 피부병 때문인 것 같다는 말에 아이들은 다시는 돌고래쇼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동물은 야생생활을 해야 동물다워진다. 인간에게 길들여진 동물을 만드는 것은 '문명'이 아니라 오히려 '야만'이다. 우리 인간은 우리가 자연에 저지른 야만스러운 행동으로 벌을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원법은 커녕 야생동물보호법조차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는 이 땅에서 동물복지를 말하는 게 인간복지도 못하는 판에 무슨 배부른 소리냐고 꼬집을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와 동물원에 갔을 때 이런 슬픈 모습도 한번 생각해보면 좋지 않을까.

/홍준희·인터넷학부모공동체 '마음에 드는 학교'대표

● 가볼만한 곳

www.bbs.kfem.or.kr/board/list.php?table=g―haho

야생동물 보호와 동물복지 증진을 위한 환경연합 회원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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