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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대학생활 "극과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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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대학생활 "극과 극"

입력
2003.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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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컴퓨터와 DVD가 완비된 원룸에 한 끼 식사 7만 원, 자동차는 포르쉐.''잠은 학생회실, 식사는 학교 구내식당, 이동 수단은 두 다리뿐.' 경기 침체와 더불어 대학가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지 못하고 취업도 실패, 빈곤의 악순환에 빠진 대학생이 늘어나는 반면 일부 부유층 대학생들의 돈 씀씀이는 더욱 커져 대학 내에서도 위화감이 확대되고 있다.

호텔식 주거시설인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C빌딩은 월세 66만 원에 주차료와 인터넷 사용료로만 8만 2,000원을 받는다. 하지만 이곳 입주자 70여명 중 절반 가까운 33명이 대학생이다. 이곳에 거주하는 경희대 신입생 김모(20)씨는 "가격 부담이 있지만 그 만큼 쾌적한 삶이 보장된다"며 "호텔과 같은 분위기여서 공부하기도 좋고 폼도 난다"고 말했다. C빌딩은 세탁 청소 등을 맡는 전문회사에 헬스장 사우나 레스토랑 등 편의시설까지 갖췄다.

각 방에는 침대 옷장 등 가구는 물론이고 냉장고 에어컨 컴퓨터 DVD 등 전자 기기도 설치돼 있다. 김씨는 "이 빌딩 레스토랑에서 4,000원 짜리 샌드위치와 에그 스크램블로 아침을 해결하고 학교에서 공부한 뒤 집으로 돌아와 오후 11시부터 2시간 정도 헬스를 한다"고 자신의 하루 생활을 설명했다.

최근에는 성균관대 앞 R레스토랑, 한양대 앞 A 레스토랑 등 한끼 평균가격이 최고 7만 원에 달하는 식당들까지 대학 주변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건국대 졸업반인 정모(27)씨의 사는 모습은 이런 분위기와는 동떨어져 있다. 그는 친구와 함께 서울 변두리의 반지하 단칸방에서 자취를 한다. 보증금 200만 원에 월세 16만 원인 6평짜리 방에 딸린 시설이라고는 재래식 부엌과 수도꼭지 하나뿐. 정씨는 "학교 주변의 하숙비와 자취방 월세가 너무 뛰어, 밀리고 밀려 학교에서 1시간 떨어진 이곳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정씨의 사정은 K대 학생회실에서 기거하는 다른 학생들에 비하면 그나마 낫다. K대 경비실은 밤 마다 학생회실에서 먹고 자는 학생들과 한바탕 전쟁을 벌인다. K대 관계자는 "라면을 끓여먹고 전기 히터를 켜고 자는 바람에 화재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 돼 매일 꼼꼼히 순찰을 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생들은 "우리도 이런 생활이 달갑지만은 않다"며 "변변한 아르바이트 자리도 없는 상황에서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잠은 학생회실에서, 식사는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고 말했다.

학내 주차장도 빈부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현장이다. 연세대 주차관리실 관계자는 "외제차를 타고 등교하는 학생 수가 지난해에 비해 10%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고려대 중앙광장 지하 주차장에서도 포르쉐 벤츠 BMW 등 외제차가 쉽게 눈에 띈다. 고려대 주차관리실 관계자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한달에 30만 원 가까이 하는 주차료를 아끼기 위해 학교 주변 주택가에 주차하지만 외제차를 타는 학생들의 경우 거리낌 없이 학교 주차장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고려대 문과대 이모(26)씨는 "대학생들 사이의 빈부격차가 너무 심화하고 있다"며 "학교 내에서까지 서슴없이 '돈 티'를 내는 것은 대학생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라고 안타까워 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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