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26·CJ)는 연장 승부에 강한 역전의 명수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박준철)로부터 한밤중 공동묘지 체험 등 혹독한 담력 훈련을 받은 덕분인지 중압감이 클수록 더욱 펄펄 난다. 28일 끝난 칙필A채리티 챔피언십을 포함, 지금까지 통산 20승 가운데 9승이 역전 우승이었고, 4차례의 연장 승부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두둑한 배짱과 '다이하드'처럼 질긴 위기돌파 능력을 과시, 상대를 제풀에 꺾이게 한다.이번 대회에서도 박세리의 연장불패 신화는 이어졌다. 18홀 정규 라운드를 돌고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 박세리와 셰이니 와(33·호주)는 연장전에 들어갔다.
연장 네번째홀. 팽팽하던 승부의 추가 박세리에게 기울기 시작했다. 와는 계속되는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티샷을 워터해저드에 빠뜨렸다. 연장 세번째 홀에서 위기에 빠진 박세리가 4.5m짜리 버디퍼트를 성공시키며 연장전을 이어가자, 기가 질렸는지 흔들린 것.
1벌타후 드롭한 와는 다시 세번째 샷을 그린앞 벙커로 보냈다. 그러는 사이 박세리는 페어웨이 러프에서 두번째 샷으로 핀을 직접 공략했다. 볼은 그린을 넘어갔지만 칩샷에 이은 5.4m 파퍼트를 절묘하게 홀에 집어 넣어 보기퍼트를 기다리던 와를 돌려세웠다.
박세리는 28일 경기 후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내 자신(의 능력)에 스스로 놀랐다"며 기뻐했다. 그를 천당으로 이끈 1등 공신은 퍼트였고, 지옥으로 몰고간 것은 이따금씩 워터해저드와 벙커로 날아간 드라이버샷이었다.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3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박세리는 첫홀부터 내리 3개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아 선두권으로 올라섰다. 10번홀에서 보기를 했으나 11∼14번홀까지 4홀 연속 버디를 뽑아냈고, 16번홀에서 다시 버디를 추가, 단독 선두를 달렸다. 끈질긴 추격전을 펴던 와는 17번홀에서 버디를 더해 박세리와 공동 선두가 됐다.
마지막 18번홀(파5). 와가 두번째샷을 온그린, 이글기회를 잡았다. 반면 박세리의 샷은 그린뒤 러프로 굴러 위기를 맞았다. 박세리는 칩샷 실수로 볼이 홀에서 4.8m거리에 놓였다. 와는 핀 바로 옆에서 버디퍼트를 남겨 놓고 있어 반드시 버디를 잡아야 하는 상황. 박세리는 거짓말처럼 버디퍼팅을 성공시키고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갔다.
한편 소녀 천재골퍼 미셸 위(14·한국명 위성미)는 1언더파 71타를 때려 합계 3언더파 213타로 공동33위에 올랐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