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적령기를 막 넘어가는 직장여성으로, 어제 저녁 선을 보고 돌아와 새벽에 꾼 꿈이 마음에 걸려 문의드립니다. 선을 본 상대는 대학원 장학금을 받고 올 여름에 프랑스에 가서 공부를 할 사람인데, 저보다 6년 연상이라는 점이 싫어 마음이 내키지 않았습니다. 꿈은 나도 모르는 웬 젊은 여자 하나가 비치는 잠옷을 입은 채 백마(白馬)를 타고 하늘을 나르는 장면이었습니다. 보름달이 휘영청한 밤하늘로 날아 올라가는 백마의 한쪽 다리가 부러진 듯 굽어있는 모습이 이상하게도 눈에 띄더군요. 신경정신과의사는 꿈에서도 숨은 의미를 알아낸다고 들었습니다. (서울 연건동 박씨)
맞습니다. 저희 직업은 해몽도 하지요. 그러나 올바른 해석을 위해서는 당사자의 인생에 관해 많은 것을 알아야 하고, 나아가 현재의 인생상황을 좀 상세히 알아야 합니다. 댁에 대해서는 일부만 알기에 제 해석이 맞지 않을 수 있는 위험부담이 있으니 우선 양해를 구합니다. 제한된 정보만으로 한번 해보겠습니다.
꿈속의 말 타는 여인은 아마 댁 자신일 것입니다. 자신의 모습이 그대로 꿈에 나오면 놀라 깨는 수가 많아 다른 낯선 사람으로 둔갑을 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름달이 떠 있는 밤하늘은 낭만적이며, 비치는 잠옷은 신혼의 잠자리를 연상케 하는군요. 말이란 힘차고, 크고, 날뛴다는 의미에서 젊은 남성을 상징할 때가 많습니다.
여성이 말을 탔다 함은 남녀 두 몸이 합친다는 의미가 있겠고, 더구나 날아 올라간다는 것은 성적 흥분의 점진적 고조를 알리는 것이지요. 그러니 꿈은 댁이 지닌 무의식에 청춘으로서 누려 마땅한 남녀간 성 충동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표출합니다. 그런 촉매작용을 한 사건이 바로 전날 저녁에 가진 회합이었습니다. 즉 댁은 상대방 남성에게 끌리고 있다는 것이지요.
말발굽 하나가 부러져 있다는 것은 그 남성의 조건이 다 좋은데, 단지 나이가 좀 많다는 댁의 걱정을 말합니다. 특히 다리란 이따금 남성 생식기를 지칭하는 속어로 되어있기에 부러진 다리는 양기부족을 상징할 것입니다. 왜 하필 백마가 나오느냐구요? 아마도 이는 미구에 백인세계인 프랑스로 떠나갈 사람이기에 그렇게 꿈에서 나올 것입니다.
요컨대 댁은 의식에서는 선 본 어제 남성을 잠정보류 시켜 놓았지만 무의식에서는 확 끌려있는 상태입니다. 다만 이런 해석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꿈을 꾸었던 오늘 새벽 마음상태를 말하는 것이니, 과도한 착각은 금물입니다. 마음은 자주 변합니다.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명예교수 dycho@dyc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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