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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렬의 책읽기/ "TV보기"를 "책보기" 자극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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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렬의 책읽기/ "TV보기"를 "책보기" 자극제로

입력
2003.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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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때문에 자녀가 책을 읽지 않는다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래서 자녀를 가능하면 텔레비전에서 떼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가 꽤 있다. 그래야 그나마 책을 읽는 시늉을 한다면서.과연 그럴까? 어린이들에게서 텔레비전을 빼앗는다고 해도 그들의 눈과 귀를 유혹하는 매체는 주변에 널려 있다. 보지 말라고 해도 순순히 보지 않을 아이들인가? 어느 설문조사를 보니까 어린이들은 "이제 그만 텔레비전 끄고 들어가서 공부해!"라는 말을 제일 싫어한단다. 그게 어린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도 하지 말라는 일은 더 하고 싶어했다.

그렇다면 보지 말라고 잔소리만 할 것이 아니라 텔레비전을 적극적으로 보게 한 후, 거기에 나오는 프로와 책 사이에 다리를 놓자. 예를 들어 고려시대 무인들이 정권을 잡는 역사극을 식구가 함께 보고 자녀에게 한 마디 던져보자. "저 때는 역사적으로 왜 저랬을까?"라고.

그러면 자녀의 반응이 있을 것이다. 그 답을 계기로 가족간에 토론을 해보자. 그러면 온 가족의 상식이 풍부해질 것이다. 그래도 역사적인 배경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각자 관련 있는 책을 찾아본 후 다시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자. 이쯤 되면 아마도 자녀는 자녀대로 자기 수준에 맞는 고려시대 역사를 기술한 책을 찾을 것이다. 부모는 부모대로 '고려사' 따위를 읽어서 나중에 명쾌하게 설명을 해 줄 대비를 하는 수고쯤은 감수해야 한다.

또 텔레비전 어린이프로에서 '빨간 머리 앤' 만화 영화가 나오는 것을 봤다고 치자. 이럴 때도 만화라고 무조건 보지 말라고 하면 안 된다. 이제 그럴 시기는 지났다. 부모가 한술 더 떠서 자녀와 같이 그 만화 프로를 열심히 보자.

그러다가 한 마디 슬쩍 던져 보자. "빨간 머리 앤의 무대가 미국이지 아마?" 그러면 자신이 있는 어린이는 "아니에요. 캐나다예요" 할 것이고, 좀 자신이 없는 어린이는 부모가 모르게 빨간 머리 앤 책을 읽을 것이다.

야생화 화면을 보고 "저 꽃 이름이 뭔지 도감을 찾아 봐라"하고 직접 시키는 방법도 좋다. 그러면 자녀들은 도감 찾기의 색다른 맛에 흠뻑 취할 수도 있다.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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