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의 산야는 돋아나는 새싹으로 온통 연두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하다. 서울 사람은 서너 시간이면 남산을 한바퀴 돌며 봄의 빛깔과 향기를 만끽할 수 있다. 물론 교외나 지방에 사는 사람은 대도시보다 더 강한 연두색 향연을 볼 수 있다. 그냥 보내기에는 아쉬운 봄의 색깔과 향기이다. 생명이 참으로 신기하게 느껴진다. 며칠 전 서울대 환경대학원의 CEO(최고경영자)환경포럼에서는 물리학자 장회익 박사의 생명론 강의가 참석한 경영인들에게 잠시나마 45억년 지구역사와 인류문명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생명이란 과연 무엇인가. 요즘 산을 연두색으로 물들이는 새싹은 어디 있다가 나오는 것이며, 우리 몸은 온전한 생명일까. 장 박사는 40년 전 유전정보가 들어있는 DNA라는 물질이 처음 발견되었을 때 그 속에 과연 생명이 들어있을까 하고 의문을 던지는 것으로 생명에 대한 탐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DNA분자를 추출하여 그릇 속에 놓아도 생명활동은 일어나지 않는다. DNA가 유전정보의 기능을 발휘하려면 세포 안에 있어야 한다. 세포도 마찬가지로 생물체 안에 있을 때 기능을 발휘한다. 완전한 생명체라 할 수 있는 인간도 우주에 던져진다면 몇 분을 견디지 못한다.
■ 인간이 다른 우주로 피난가야 할 일이 생긴다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을 가지고 가야 할까. 장 박사는 대기를 포함한 지구와 에너지를 제공하는 태양을 가지고 가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여기서 장 박사는 개개의 생명체(낱생명)가 태어나 생명활동을 유지하는 지구생태계의 시스템을 하나의 생명체, 즉 '온 생명'으로 해석했다. 영국의 화학자 러브록은 '가이아' 가설에서 생명체가 진화하면서 지구를 그들이 살기 알맞게 변화시켜왔다고 본다. 그래서 지구 생명체는 대기와 암석을 포함하여 모두 하나의 유기적 관계로 맺어진 거대한 생명체라고 한다.
■ 인간의 출현으로 온 생명은 처음으로 자신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장 박사는 최근 문명의 발달로 일어나는 환경문제를 바로 온 생명이 자신의 몸에 대한 자각증세를 느끼게 되는 것과 같다고 본다. 체온은 오르고(지구 온난화) 피가 탁해지는 것(물의 오염)은 온 생명이 느끼는 대표적 자각증세이다. 장 박사는 온 생명에 대한 비관론을 제시했다. 많은 경영인들은 환경과 개발의 조화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낙관론을 말했다. 자연을 바라볼 때 낱 생명과 더불어 온 생명도 생각하면 문명을 보는 시야가 더 넓어질 것 같다.
/김수종 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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