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보유 시인과 '대범한 제안'으로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는 핵 위기는 일단 이번 주중 예상되는 미국의 평가 및 대응조치를 통해 한차례 걸러질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현재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귀국 보고를 기초로 베이징 3자 회담의 내용을 면밀히 분석중이다.미국의 판단과 결정은 현재 우리 정부도 예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당히 유보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미 행정부 내에서는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싸고 강·온파간에 치열한 논쟁이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은 북한의 핵 무기 보유에 대한 응징으로 대북 제재쪽으로 기울 수도, 아니면 반대로 핵 포기 의사까지 포함된 북한의 제안에 주목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우리 정부는 미국이 북한의 제안을 융통성있게 검토해주길 희망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내달 초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서 3자 회담의 후속 조치를 이끌어내고, 내달 15일 있게 될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 문제 해법의 큰 틀을 확정짓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정부의 구상이 안착하려면 최소한 북한이 핵 재처리 등 추가적 핵 시위를 하지 않으면서 핵 포기 의지를 유지해야 한다. 라종일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은 28일 "베이징 회담은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서 "위기가 가중되기보다는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전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핵 문제 해결의 실질적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 시인을 그냥 넘길 것 같지는 않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의 제안에 대해서도 대체적으로 "새로울 게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외교적 해결의 원칙은 유지하되 유엔 등을 통해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특히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핵 개발을 비난하는 의장성명과 안보리 전체성명을 시차를 두고 채택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북한이 반발해 미사일 실험 등으로 맞대응하고 여기에 유엔 등 국제사회가 북한을 제재하는 등 자칫 위기가 연쇄적으로 증폭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북한이 핵 재처리를 통해 핵 무기를 양산하거나 핵 실험을 강행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반기문 청와대 외교보좌관은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검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논의하거나 협의된 바 없다"면서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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