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70여개 지사에 1,500개 지점, 매출 434억원. 1999년 인천의 작은 도서 대여점에서 시작, 대표적인 어린이 도서 렌탈 업체로 자리잡은 (주)아이북랜드의 지난해 성과다. 매출규모만 봐도 여느 중견기업 못지 않지만 이 회사 박진규(40·사진) 사장은 아직 '성공'이라는 말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외환위기 때 직원들에게 신세진 걸 생각하면 이제야 조금씩 갚아나가게 됐다"는 것이 그가 내세우는 자랑의 전부다.박 사장은 86년 세무대학을 졸업하고 국세청에서 4년간 일한 정통 세무공무원 출신이다. 남들이라면 결코 마다하지 않을 안정된 직업이라지만, 세무 공무원으로서 개인적인 갈등이 많았다는 것이 주변의 말이다. 가족과 동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사표를 내던진 것은 93년의 일. "남이 주는 월급에 의지하지 않고 내 뜻대로 뭔가 이뤄보겠다는 꿈"이 박 사장의 창업 동기였다.
96년, 3년간의 준비기간 끝에 7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신명교육'이라는 어린이 과학 교재사를 시작했다. 첫 해만해도 매월 수천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그런대로 되는가 싶던 사업이었지만 이듬해 닥친 외환위기의 풍랑은 피해 갈 수 없었다.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 상황에 누가 어린이 과학 교재를 사겠습니까. 직원들 월급도 못 주면서 창고에 쌓여가는 책 상자만 바라보니 마음이 무너져 내리더군요."
이때 문득 떠오른 것이 '저 책을 방문 대여해 볼까'하는 생각이었다. 연간 30조원이라는 거대한 사교육 시장이 상징하듯 아이들 교육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우리 정서에서 책 사볼 돈이 없으면 빌려서라도 보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막다른 골목에서 나온 박 사장의 아이디어는 멋지게 들어맞았다. 일주일에 4권씩, 한달 16권의 책을 월 1만원에 빌려 준다는 조건은 젊은 엄마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박 사장은 앞으로는 도서 방문 대여 사업을 바탕으로 방문 교육 사업에도 뛰어들 참이다. 그는 "가정 형편을 막론하고 아이들 교육에 들이는 정성은 누구나 같다"며 "저렴하고 알찬 교육 사업을 벌여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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