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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2 / "돌연변이지만… 이땅에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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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2 / "돌연변이지만… 이땅에 살고싶다"

입력
2003.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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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이 이방인에 대한 적개심과 혐오를 영화를 통해 해소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엑스맨 2'(X-Men 2)는 그것을 미래의 돌연변이 인간이 몰고 올 두려움으로 살짝 비틀고 화려한 비주얼과 액션으로 치장한 SF 액션 영화다. 그러나 그 돌연변이 인간은 실은 이방인이라기보다 미국이 은근히 지지하는 천재의 다른 이름 아닐까.일단 이방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요한다는 점에서 '엑스맨 2'는 새롭다. 평범한 인간과의 공존의 길을 찾는 사비에 박사(패트릭 스튜어트) 집단과 인간을 지배하려는 매그니토(이언 매켈런) 집단의 대결을 다룬 전작은 7,500만 달러를 들여 전 세계에서 3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번엔 예산을 두 배로 늘리고 각종 특수효과도 크게 늘렸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엑스맨들이 돌연변이의 결과 지니게 된 현란한 초능력. 1963년 마블 코믹스의 만화에 바탕한 캐릭터들은 숨을 내뿜고 손가락을 대는 것만으로도 불길을 만들고 얼음을 얼리는 신출귀몰한 능력을 박진감 있게 펼친다.

2편은 돌연변이 인간을 '청소'하려는 인간의 습격과 돌연변이 인간들의 대항을 그렸다. 백악관을 습격한 돌연변이 인간이 대통령 암살을 시도하다가 미수에 그친 뒤 비난 여론이 비등한다. 돌연변이 인간 격리 법안 지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 갈 무렵, 윌리엄 스트라이커(브라이언 콕스) 대령은 대통령에게 사비에 박사의 초능력 학교를 제압할 것을 제안한다.

스트라이커 대령이 이끄는 특수부대와 사비에 박사 팀의 대결은 영화의 압권이다. 화려한 볼거리로 관객의 눈길을 빨아 들이던 영화는 그러나 후반부로 가면서 평탄하게 진행된다. 기억을 잃어버린 울버린(휴 잭맨)의 자아 찾기, 매그니토와 사비에의 자존심 대결 등 여러 겹으로 꼬인 가닥을 다시 풀어내는 과정은 단선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으로 관객을 배반한 '유주얼 서스펙트'(1995)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이번에도 관객의 뒤통수를 칠 것인가?

상처 치유 능력과 더불어 열 손가락에서 칼날이 솟아나오는 울버린, 텔레파시로 미사일의 진로를 바꾸는 진 그레이(팜케 젠센) 등의 초능력 경연은 강력하다. 특히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매그니토가 손짓 하나만으로 간수의 철분을 모두 빼내 탈옥용 흉기를 만든 뒤 플라스틱 감옥을 빠져나가는 장면은 첨단의 CG와 상상력이 결합한, 영화 사상 가장 우아하면서도 품격 있는 탈옥 장면 중 하나다.

'스워드 피시'에서 정의감 넘치는 해커로 나왔던 휴 잭먼을 비롯, '몬스터즈 볼'의 할리 베리, '반지의 제왕'의 이언 맥켈런 등 연기파 배우들의 매력도 볼 만하다. 그러나 초능력 경연을 벌이는 주인공이 10여명이라는 사실은 영 부담스럽다. 얼굴과 이름 그리고 각각의 재주가 뒤죽박죽될 수도 있다. 게다가 이들의 질투와 개인적 상처 같은 곁가지 이야기까지 덧붙여져 잠시라도 한 눈을 팔다가는 이야기 흐름을 놓칠 수 있다. 산만하기도 하다는 얘기다. 30일 개봉. 12세 관람가.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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