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보다 더 골치 아픈 상대는 국방부?'북핵 사태를 조율하고 있는 미국 국무부가 북한에 대해 뿌리깊은 불신을 갖고 있는 국방부와의 이견 때문에 이라크 전쟁 전보다 더 심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5월5일자)가 보도했다. 이 잡지는 두 부처의 알력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2년여 동안 계속된 것이지만, 북·미·중 3자 회담을 계기로 이라크 전쟁을 둘러싸고 벌어진 대결보다 더 심각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지적했다.
이 잡지에 따르면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베이징(北京) 3자 회담 추진과정에서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등 행정부내 매파를 철저히 따돌려 이들의 격분을 자아냈다. 2월 중국 방문 후 한달 이상 3자 회담을 준비해온 파월 장관은 북한과의 회담에 반대할 것이 뻔한 보수 강경파를 따돌리기 위해 통상적인 절차인 국가안보회의(NSC)를 통하지 않고 백악관과 직접 이 문제를 담판지었다.
럼스펠드 장관 등 매파 핵심인사들은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다가 일본의 중간급 관리들에게 정보를 듣고서야 사태를 파악했으나, 이미 부시 대통령이 회담을 승인한 뒤였다. 그러나 럼스펠드 장관은 중국과 협력해 북한 정권의 전복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메모 두건을 언론에 흘리는 방법으로 파월 진영에 매서운 반격을 가했다.
국무부 고위관리는 럼즈펠드 장관의 메모가 언론에 보도된 후 "또 무슨 연기를 피우는가. 그들은 딴 세상에서 살기라도 한단 말인가"하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관리는 중국이 맹방인 북한의 전복과 이로 인한 대규모 난민사태를 원할 리 만무하다는 점을 들어 럼스펠드 장관의 메모를 "완전한 환상"이라고 비판했다.
뉴스위크는 그러나 "이런 강경파의 접근이 환상이건 아니건 지금까지 나타난 전개양상은 강경파가 승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들은 북한 정권과의 대화가 가져다 줄 유일한 이득은 그들이 얼마나 호전적일 수 있는지를 입증해보이는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북한이 베이징 회담에서 핵실험이나 핵무기 수출을 위협함으로써 이런 주장이 맞아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잡지는 또 "강경파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마약과 무기거래를 차단해 북한 정권에 타격을 주는 것"이라며 이를 위한 대북 봉쇄정책은 북한의 군사대응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보수 강경론자도 이른 시일 내, 최소한 다음 대통령 선거 때까지는 미국이 전쟁을 벌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대북 상황은 강경파들의 전략대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남은 문제는 온건파와 중국도 여기에 뛰어들 준비가 됐는지 여부라고 뉴스위크는 지적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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