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도 입성이 고와야 얻어먹는다는 옛말도 있잖아. 우리 나이가 되면 곱게 늙으려고 애써야 해. 노인이니까 대충 차려입고 뒷방물림으로 후줄근하게 사는 것 보다는 스스로 외모도 깔끔하게 가꾸고 적극적으로 노후생활을 즐기는 게 나나 주변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비결이거든."패션욕구는 청춘의 전유물이 아니다. 나들이철이면 실버세대도 옷차림에 유난히 신경이 쓰이기는 마찬가지다. 원로 패션디자이너 문경희(72) 여사는 "나이 들수록 옷차림은 화사하게 연출하는 것이 멋쟁이할머니가 되는 비결"이라고 귀띔한다. 국제복장학원 출신으로 앙드레 김과 동문수학했으며 70년대 소공동에 의상실 '문숍'을 열고 당대 사교계 인사들과 교류하며 톱 패션디자이너로 활동해왔던 문 여사로부터 앙코르세대의 패션 코디법을 들어본다.
밝은 색상을 포인트로
젊어서는 회색이나 검정 등 무채색이 세련된 느낌을 줄 수 있지만 나이 들어서는 무채색을 절대 피해야 한다. 그렇지않아도 피부색이 칙칙해지고 주름이 느는데다 체구도 왜소해져 전체적으로 무기력한 인상을 주는데 무채색은 이런 느낌을 부각시킨다. 명도가 강한 밝은 주황이나 분홍 등 화사한 색상을 포인트로 활용하면 얼굴에 활기를 더해줘 젊어보인다.
바지는 되도록 멀리한다
노인들은 전체적으로 자세가 구부정해지면서 다리도 휘거나 벌어져 무릎사이가 뜬다. 이럴때 바지를 입으면 휘어서 엉거주춤한 다리를 그대로 드러내게 된다. 치마를 입으면 출산과 육아로 처진 엉덩이도 가려주고 휜 다리선도 감춰주므로 일석이조. 다리가 굵거나 못생겨서 노출이 꺼려진다면 치마 길이를 길게 해준다.
발목을 잡아주는 신발을
요즘 발목 혹은 종아리까지를 끈으로 칭칭 동여매는 스타일이 유행인데 이런 것은 노인들에게도 권할만한 아이템이다. 노인들은 발목이 약하기 때문에 발목을 끈으로 묶는 스타일의 신발을 신으면 안정감을 더해준다. 샌들의 경우 뒷끈이 없는 슬리퍼형은 자칫 발목을 삘 우려가 있으니 피해야할 품목.
귀걸이는 피하라
실버 세대에게 귀걸이는 익숙치 않은 액세서리다. 어설프게 했다가는 어딘가 겉도는 느낌만 강조된다. 따라서 반지나 목걸이, 브로치 정도가 좋다. 액세서리는 옷차림에 포인트를 주고 풍요로운 느낌을 강조해주는 고마운 존재. 진짜든 가짜든 보석이나 진주 등의 알은 좀 크다싶은 것을 하는 게 더 여유로워 보여서 좋다.
걸음걸이에 신경쓴다
사람이 멋스럽게 보이는 것은 그 사람의 자세와 관계가 있다. 걸을 때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무릎을 쭉 펴면서 걷는 연습을 하면 전체적인 인상이 당당하고 여유로워 보인다. 보도블록을 걸을 때 블록의 선을 따라 일직선으로 걷도록 의식적으로 노력을 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 허리디스크 환자들이 애용하는 허리밴드를 착용하고 걷는 것도 효과가 있다.
문 여사는 멋쟁이가 되기 위해서는 맵시있는 옷차림 못지않게 젊은이들의 모범이 되려는 태도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무리 비싼 유명브랜드를 입어도 안 예뻐보이는 노인도 많아요. 나 노인입네, 하고 지하철에서 줄서는데 새치기하고 무조건 대우받기만 바라면 아름답지 못하지. 품위를 유지하기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정말 골든에이지가 되는거야."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 실속쇼핑 이렇게…
문경희 여사는 아직도 웬만한 옷은 직접 만들어 입는다. 문화센터 두 곳에서 생활봉재 강의도 맡고있어서 '영원한 현역'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또 문화센터 수강생들과 '사랑의(衣) 달빛천사'라는 봉사단체를 결성, 어버이날과 추석, 크리스마스에는 무의탁 독거노인들에게 무료로 옷을 지어주는 행사도 매년 펼치고 있다. 이렇게 바쁘게 살다보니 터득한 것이 실속 쇼핑법. 문 여사의 옷 구입요령을 공개한다.
1. 옷 살 때는 소품도 같이 구입한다.
나중에 따로 액세서리를 구입하려면 시간도 시간이지만 어울리는 것을 구하기가 쉽지않다.
2. 디자인 보다는 소재를 본다.
젊음 자체로 빛날 때는 싸구려 소재의 옷도 멋지게 소화하지만 나이들면 질로 승부해야 한다. 고급 소재에 베이직한 디자인을 고르는 것이 좋다.
3. 변화를 주되 갖고 있는 의류 색상에서 너무 벗어나지 않는다.
옷장을 열었을 때 주로 푸른색 옷을 갖고있는 사람이 느닷없이 빨강색 옷을 사면 어울려 입기도 힘들 뿐 더러 그 색깔에 치여 입을 때마다 위축된다. 점진적으로 색상의 변화를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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