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세일 전 민주당 의원의 구속을 몰고온 한국전력 석탄 납품 청탁 의혹이 '석탄 게이트'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사건은 손 전 의원과 민주당 최재승의원이 중국산 석탄 수입 대행업체인 K사 대표 구모씨로부터 "한국전력에 석탄을 납품하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이 부패방지위원회를 통해 서울지검 특수1부(서우정 부장검사)에 이첩되면서 촉발됐다. 검찰은 이첩 내용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구씨와 손 전 의원 등에 대한 계좌추적을 벌인 결과 구씨가 지난 1998년2월∼2000년4월까지 손 전 의원측에 2억9,000만원을 건넨 사실을 확인, 지난 21일 손 전 의원을 구속했다.일상적인 정치인의 수뢰 사건으로 마무리되는 듯 했던 이 사건이 심상치 않게 번진 것은 지난주 다른 정치인들의 연루 의혹이 제기되면서부터. 검찰이 다음 수사대상자였던 최 의원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DJ정부 실세 K씨와 또 다른 K씨를 비롯 J, S씨 등 전·현직 의원들이 구씨로부터 금품로비를 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 특히, 검찰이 구씨 등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런 내역이 기록된 문건을 입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파문은 점점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손 전 의원에 대한 구씨의 로비가 한국전력이 석탄 발전소 사업을 야심차게 벌여나갔던 시점에 이뤄졌던 데다 납품 청탁 물품인 중국산 석탄의 경우 이익이 상당히 많이 남는 사업이었다는 것도 정치권에 대한 '금품살포'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석탄 게이트'가 발발할 '필요충분조건'은 갖춰진 셈이다.
그러나, 아직 단정은 이르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판단이다. 우선 부방위 신고대상에 포함돼 있는 최 의원조차 "98년말∼99년초 손 전 의원으로부터 정치자금과 활동비 등 명목으로 3,000만원을 받았다가 돈의 성격을 알고 난 뒤 2,000만원을 돌려줬다"며 대가성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여기에 이름이 거론되는 정치인들 대부분이 해당 상임위 소속이 아니었던 데다가 받은 금액도 거액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검찰이 대가성 입증 과정에서 벽에 부딛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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