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의 1인당 출산율이 1.3명으로 프랑스(1.89명)나 영국(1.64명), 일본(1.33명)보다 아래로 떨어졌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고 양육비 부담이 커지며 자녀 욕심이 준 탓이 크지만 한편에선 불임(1년간 자연적으로 임신이 안 되는 것)으로 속태우는 부부도 많다. 부부 10쌍 중 1,2쌍이 불임을 겪으며 보조생식술이 연 1만8,000회나 이뤄지고 있다. 더구나 불임의 10%, 습관성 유산의 30∼40%는 원인조차 찾기 어렵다. 출산력을 높이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스트레스 피하고 자신감 가져라 한양대 산부인과 박문일 교수는 "스트레스를 피하고 임신에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심적 치료(Tender Loving Care)가 의학적 치료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심적 치료로 원인불명의 습관성 유산이 60% 치료됐다는 연구논문도 있다는 것.
특히 스트레스는 근육을 수축시키고 혈류량을 떨어뜨리며 자기살해세포가 활성화하도록 하는 등 임신에 여러모로 나쁘게 작용한다. 즉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곳인 나팔관이 수축돼 임신이 어렵거나 자궁수축으로 유산을 야기할 수 있다. 혈류량이 적어 만성 저산소증 상태가 되면 유산, 기형 우려가 있다. 임신 초기 고열이나 사우나탕이 위험하다고 하는 것도 저산소증으로 기형아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현대사회에서 더 중요한 것은 임신부 자신 뿐 아니라 가족과 사회가 모두 스트레스를 줄이는 환경을 만들도록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태교교육은 전국민의 건강을 높이는 교육"이라고 말했다.
임신을 너무 늦추지 말라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출산에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꼽는 것이 늦지 않은 임신연령이다.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조정현 교수는 "여성이 일생동안 배란하는 난자는 500개 정도로 제한돼 있으며, 24세를 정점으로 난자의 수태능력은 떨어진다"고 말한다.
자연적으로 40세면 여성의 임신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체외수정에서도 40세 여성의 임신성공률은 29세 여성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난자를 공여받아 체외수정을 하는 경우 난자를 받는 여성의 연령은 영향이 적으나 난자를 주는 여성은 25세 이하여야 임신성공률이 높다. 난자의 질이 연령과 관련이 깊다는 뜻이다.
조 교수는 "조건을 너무 따져 일부러 출산 시기를 늦추지 말고 아이를 키우면서 생활을 병행한다고 마음먹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술 담배 피하고 균형식을 술, 담배가 출산에 좋을 리 없다. 특히 담배에 포함된 독성물질은 고환과 난소의 혈관을 수축시켜 건강한 정자와 난자를 만드는 데 나쁜 영향을 끼친다.
임신에 좋은 식단은 '균형식'이다. 간혹 아들, 딸을 구분해 낳겠다며 육류나 채소에 치우친 영양섭취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문의들은 골고루 균형잡힌 영양섭취 이상의 비법은 없다고 말한다. 최근 토코페롤, 비타민B12 등 항산화물질에 대한 연구가 많은데, 기본적으로는 혈류를 좋게 함으로써 저산소증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남성의 경우 고환 부위를 시원하게 유지하는 것이 정자 생성에 좋다. 정자는 열에 약하기 때문. 조 교수는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있는 직업을 가진 남성의 경우 정자의 운동성이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꼭 끼는 삼각팬티보다 통풍이 잘 되는 사각팬티를 입고, 잘 때는 잠옷으로 갈아입으며, 찬 물로 고환을 씻어주는 습관이 좋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산모위주로 출산문화 바뀌어야"
1999년 국내 첫 수중분만을 시도한 박문일 한양대 산부인과 교수가 최근 한국모자보건학회 공로상을 수상했다. 그는 "의료인 중심의 획일적 출산에서 벗어나 임부가 선택할 수 있는 출산환경을 만들어 다시 분만하고 싶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박 교수도 1990년대 초반 연수한 영국 옥스포드대 병원에서 수중분만실을 보고 처음엔 '별 짓 다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물 속에서 진통을 겪거나, 음악을 듣거나, 가족과 함께 할 경우 진통이 짧아지고 제왕절개률이 떨어진다는 보고는 많다. "의사들이 이를 외면했을 뿐"이라는 것.
박 교수의 도움으로 뮤지컬배우 최정원씨가 처음 수중분만을 한 후 우리나라의 출산환경도 매우 다양해졌다. 2000년 제왕절개률은 전년보다 4% 포인트가 떨어져 30%대로 낮아지기도 했다. 박 교수는 "분만은 의사 아닌 산모가 하는 것"이라며 산모 중심의 출산문화가 출산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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