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고영구 국정원장을 임명하면서 '국회 월권' 발언과 함께 "국정원이 정권의 시녀 역할을 할 때 행세하던 사람이 색깔을 씌우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 민주당 국회 정보위원들의 심사를 긁어놓았다. 이들은 "대통령의 발언이 민주당보다는 한나라당측 정보위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애써 참는 분위기이지만 불쾌감은 감추지 못하고 있다.김덕규 정보위원장은 "월권 발언은 대통령의 판단이기 때문에 내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면서 "그러나 국회의원은 적임성을 따질 위치에 있고, 청문회를 거쳐 평가를 한 것이지 대통령 인사권을 침해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 '청문회에서 색깔을 뒤집어 씌웠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위원장으로서 공정하게 사회만 보면 되지 의원들 질문을 말릴 재간은 없다"면서 "나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문 당하고, 재판 받는 등 숱하게 유치장을 들락거렸다"고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그는 그러나 당 지도부에 대해선 "청문회에서 사상 검증을 했다고 소속 의원을 보수로 몰아붙여 사퇴 운운하는 사람이 있던데 누가 개혁성이 강한지 한번 해보자"면서 "지도부가 의원들을 컨트롤 할 지도력이 있느냐"고 노골적으로 쏘아붙였다.
한 정보위원은 "본래 당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빅4의 인사청문회 도입을 반대했는데, 그걸 선거공약으로 내세워 받아들인 사람이 누구냐"면서 "이제 와서 인사권 침해라고 하는 건 자가당착"이라고 노 대통령을 꼬집었다. 그는 또 "당에서 반대한 특검법을 국회의 뜻을 존중한다며 수용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여야 합의로 이뤄진 국회의 의사결정을 월권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난했다.
정보위 간사인 함승희 의원은 "단순히 정보위만이 아닌, 국회의 의견이므로 대통령이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고, 경과보고서 채택 역시 국회의 권한인 만큼 월권이라는 말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주면서 임명을 관철시킬 수 있었는데도 너무 감정적 대응에 치우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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