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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장 임명 갈등/한 "국회위 군림하려" 靑 "지도력 상처 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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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장 임명 갈등/한 "국회위 군림하려" 靑 "지도력 상처 내서야"

입력
2003.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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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구 국정원장 임명을 둘러싸고 불거진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대립이 좀처럼 누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양측이 상대방을 비난하는 과정에서 자극적인 발언이 속출, 양측의 갈등은 감정적인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로 인해 취임 이전부터 노무현 대통령의 야당 당사 방문을 시작으로 고건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 대북송금 특검법 수용, 대통령 및 여야 대표의 청남대 회동 등을 통해 어렵사리 이어져온 '상생(相生)의 정치'기조가 장기간 실종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한나라당은 27일에도 노 대통령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한치도 늦추지 않고 더욱 격하게 몰아쳤다. 박희태 대표대행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 "노 대통령이 국회의 뜻을 월권으로 규정하고 비난한 것은 국회 위에 군림하겠다는 독선이고 독단"이라고 공격했다. 박 대행은 이어 노 대통령이 일부 국회 정보위원의 전력을 거론한데 대해 "개별 의원에 대한 노 대통령의 인신공격성 비난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며 노 대통령의 품위를 문제 삼았다. 그는 또 "국정원장을 즉각 해임하지 않으면 고 원장에 대해 사퇴권고결의안을 내는 등 원내 투쟁을 강력히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종희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노 대통령은 5공 청문회 증인으로 나온 연로한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했고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는 명패를 집어 던진 적이 있다"며 노 대통령의 의원 시절 행태를 문제 삼았다.

이에 맞서 청와대측에서도 날선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날 "국가 안보와 관련된 문제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초당적 협력을 하기는커녕 대통령의 지도력에 상처를 내서야 되겠느냐"고 되받았다. 이 관계자는 이어 "취임한지 2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마치 임기를 2개월 앞둔 대통령을 대하듯 하는 것은 거대야당의 횡포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부터 야당 당사를 방문하면서까지 대야(對野) 관계에서 나름대로 노력해왔는데 '밀월기간'도 없이 대통령을 몰아세우는 것은 새 정부 발목잡기로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 청와대측 시각이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청와대에서는 "야당과의 관계 복원을 위한 특단의 대책은 없다"는 것을 전제로 "야당이 강경 자세를 고수할 경우 당분간 냉각기간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청와대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한나라당 박 대행이 '국회 월권'발언을 문제 삼은데 대해 "야당이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않자 추경안 등과 연계시키겠다고 해서 나온 말"이라고 반박한 뒤 "야당이 청와대를 무시, 정면충돌로 나오면 노 대통령도 대통령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겠다는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공통분모를 찾을 수 없는 양측의 강경 기류 때문에 노 대통령의 5월 방미 이전에 정국 경색이 풀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노 대통령의 방미 이후까지 대립이 계속될 경우 양측 모두 북한 핵 및 경제 회생 문제의 시급성 등에 따른 국민적 비판 여론에 직면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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