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 종전의 긍정적 효과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다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북 핵 문제가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사스는 감염우려에 따른 접촉기피 심리를 낳기 때문에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 현재처럼 주로 중국 등지에 국한되는 경우에는 우리의 수출에 일부 차질을 주고 관광·운송 등 산업에 타격을 주는 정도에 그치겠지만, 국내에도 확산되면 소비를 중심으로 전반적인 경제활동에 상당히 지장을 줄 수도 있다.
이 질병은 아직 백신이나 예방약이 없는 전염병이라는 점에서 불안감이 커질 수도 있겠지만, 대다수 전염병이 그렇듯 성공적인 방역체계를 유지하느냐가 경제활동의 위축여부를 결정짓는 관건이 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아직 과도한 우려로 주식을 내다팔 이유는 없다고 본다. 또 근거 없이 특정 식품이나 약품관련 기업을 찾는 비정상적 투자행동도 자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 핵 문제는 주식시장에서는 국가위험이라는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과 북한간 대화에 따른 안도섞인 투자분위기는 북측이 또다시 핵 보유라는 강경책을 구사하면서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회담 시작 이후 3일간 외국인들은 약 3,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이 같은 협상은 일회에 그칠 성격이 아니라는 점에서 돌출적 사건에 휩쓸리기 보다는 좀 길게 내다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주가수준이 이라크 전쟁이나 북핵 위험이 한창 고조되던 3월 수준까지 하락한 상황에서는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5월은 노사분규가 많은 달이다. 두산중공업 및 철도 분규타결에서 나타난 신정부의 분규조정 방식은 재계에 우려감을 높이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기대치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사분규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주식투자자의 입장에서는 부정적 사건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주가가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는 악재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기도 다소 난감한 측면이 있다.
경제 지표들도 아직은 불리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지표들이 전쟁이전의 시기를 대상으로 집계한 것이어서 실제 전쟁 후에 어느 정도 개선이 있었는지를 파악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주식투자자의 입장이라면 약간의 위험을 무릅쓰고 앞날에 대한 기대를 반영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미 유가는 배럴당 30달러 선에서 24달러 선까지 하락했고, 다소간의 소비·투자 심리 개선도 기대된다. 미국에서는 부활절이 끼긴 했지만, 전쟁 직후 일부 소매판매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우리 경제 역시 소비활동의 일부 개선이 나타난다면 지금보다는 투자심리가 개선되리라 예상된다.
이런 저런 악재도 많지만 주가 수준도 전쟁·북핵·투신 환매 등 악재가 겹쳤던 3월 수준까지 떨어져 있다. 보유비중을 줄이기 보다는 매수기회를 엿보는 전략이 필요해 보이는 시기이다.
김 지 환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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