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액션게임의 참 재미를 보여줬던 '이까리'(1986)는 1989년까지 2개의 후속편이 제작됐지만 전편만한 인기를 얻는 데는 모두 실패했다. 지나치게 게임의 화려함과 잔재미에만 치중한데다 한 장르의 전형이 된 전편의 인기가 너무 높았던 탓이기도 하다.이까리의 성공에 도취된 SNK가 주춤거리는 동안 전쟁액션의 인기와 혈통은 코나미(Konami)의 '자칼'(Jackal·1986)로 이어졌다. 이까리와 발표된 해는 같지만 10여개월의 시간차가 있었기에 그 후계자가 되는 행운을 누렸다.
자칼은 여러 부분에서 이까리와 일맥상통한다. 먼저 전투 차량을 타고 싸운다는 소재의 재미가 비슷하다. 자칼의 주인공은 미사일이 장착된 전투지프를 이용해 적진을 누빈다. 총과 폭탄이라는 두 가지 무기를 사용하며, 아이템을 얻으면서 무기가 업그레이드 되는 점도 같다. 제일 처음에는 수류탄으로 시작한 폭탄 무기는 사정거리가 짧은 로켓으로, 또 장거리 미사일로 점점 강력해진다.
자칼만의 차별성은 단순함을 지향하면서도 새로운 형식을 창조해내는 '코나미 스타일'에 있다. 이까리의 경우 군국주의 제국을 멸망시킨다는 다소 황당한 목표를 가지고 무차별적인 파괴의 미학을 펼쳐보인다. 자칼은 반대로 파괴에 포로를 구출한다는 인도주의적인 목적 의식을 부여해 성공을 거뒀다. 언뜻 '그린베레'(1985)와 비슷하지만 포로 구출이 게임 스토리 설정에 그치지 않고 가장 중요한 '목적'이자 '과정'이라는 점은 다르다. 게이머는 적진 여기저기 흩어진 포로들을 빠짐없이 모두 모아 매 스테이지의 마지막에서 대기하고 있는 헬리콥터로 탈출시켜야만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다.
잔재미보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과감히 도전했다는 점에서 코나미의 82년작 '타임파일럿'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타임파일럿이 결국 제비우스의 그늘에 가렸듯, 자칼 역시 이까리의 명성에 가려 사람들의 기억 속에 묻히고 말았다.
이 게임은 에뮬랜드(www.emulland.net)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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