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웃는 것도 스트레스 신드롬?A는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눈 앞에 있는 아무 거나 걷어찬다. 휴지통이건 테이블이건 의자건 일단 걷어차고 본다. 한 번은 그가 걷어찬 휴지통이 부장앞에까지 굴러가는 바람에 괘씸죄로 곤혹을 치루기도 했다.
B는 직장에서 화나는 일이 있으면 여자 친구와 밤을 보낸다. 아직 미혼이라 여자 친구가 많다. 그 중에 남의 말을 가장 잘 경청하는 여자친구를 하나 골라 가슴에 쌓인 온갖 얘기를 섹스와 함께 날려 보낸다.
C는 술이다. 몸이 못 견딜 정도로 마시고 이튿날은 출근만 하고는 사우나탕으로 잠적한다. 최근 그는 1주일에 4일 이상 마시면 과음이라는 신문 기사를 읽고는 '끊어야지, 끊어야지…'를 열 번은 더 중얼거렸다.
D는 좀 다르다. 그는 과장이 쫑코를 먹여도 웃는다. 입사 동기생 5명 가운데 3명이 대리가 되자 나머지 하나가 사표를 썼는데도, 마지막 남은 D는 전혀 개의치않는다는 듯 웃기만 한다.
그는 거의 모든 순간에 입가에 웃음을 날린다. 직장 경력 5년으로 30대에 막 진입한 그는 인생이 즐거워 죽겠다는 정도는 아니지만, 어떤 경우에나 입가에 번지는 웃음으로 대처한다. 꼬마가 하나 태어난 후 너무 이뻐서 자나깨나 방끗거리는 아들 생각하느라고 웃느냐는 친구들의 농담에도 웃음만 날렸다.
또는 아빠가 된 후 삶의 중압감이 머리를 눌러 웃음으로 얼버무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대학 선배의 진지한 질문에도 빙긋이 웃기만 했다. 매사를 시큰둥하다는 얼굴로, 또는 아무 생각하지 않기로 작정한 사람처럼 웃는 것이 혹 30대 직장인 증후군은 아니냐고 오버센스 할 필요는 없다.
직장마다 스트레스는 있고, 직장인마다 스트레스를 받고, 각자가 다 스트레스 푸는 방법은 가지고 있으니까. 스트레스 푸는 데는 사실 정답이 없다.
입술이 웃을 때 바지 속에서는?
D의 웃음만 가지고는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간단하게 규정하기는 어렵다. 처음에 그는 몸 만드는 고등학생처럼 헬스클럽을 찾아가 격렬한 운동에 자신을 맡겼다. 자신의 기분을 상하게 한 상사나 거래처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고 '씨씨'하면서 조깅머신 위를 달리기도 했다. 여자에게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상투적인 방법도 써보았다.
그러던 그에게 직장 경력 30여년을 자랑하는 아버지(그런데도 해놓은 것이 없다며 한숨 짓는 아버지)에게서 '한방에 스트레스 날리기'비법을 전수받았다. 괄약근 운동이었다.
그러니까 D가 자신에게 쫑코를 먹이는 상사의 두 눈을 웃음 띤 얼굴로 바라보는 바로 그 순간 바지 속에서 괄약근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을 상상해보라. 입가에 번지는 웃음과 괄약근 운동으로 작동하는 항문을 연상하면, 글쎄, 이런 것을 엽기라고 하는 건 아닌지.
직장인이 돈 안들이고 할 수 있는 스트레스 해소법 가운데 가장 강력한 처방은 괄약근 운동이라고 아들에게 비법을 전수하면서, 아버지는 단서를 붙인 것이다. 괄약근만 움직이면 단조로우니 동시에 입술도 움직여서 웃음도 날리라고. 말하자면 괄약근과 입술이 같이 움직이면 스트레스 해소는 멀티플한 효과를 걷는다고.
2주일에 걸친 연습 끝에 D는 괄약근 운동과 함께 건강한 웃음을 입가에 띠우는 묘기를 터득했다. 괄약근 운동은 스트레스 해소 뿐 아니라 최고의 건강법이기도 하다. 이 운동 10년이면 어지간한 고민과 잔병까지 다 없어진다는 것도 D는 아버지에게서 배웠다.
/칼럼니스트 smileok@knm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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