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철도구조개혁에 관한 철도청 노사간의 애매한 합의를 계기로 공공부문의 민영화 혹은 구조개혁에 대한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철도 노사는 막판 타결을 통하여 철도 파업대란의 사태를 막기는 했지만, 대신 민영화를 철회하고 그 대안을 향후 모색하기로 함으로써 결국 철도구조개혁 부문에서는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우리의 공공부문은 비효율성과 약화한 경쟁력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발생시켜 왔고, 그것이 국민의 부담으로 가중되면서 구조개혁의 당위성이 제기되었다.
예컨대 철도청은 1997∼2001년 3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내 이를 정부의 예산지원으로 메웠으며, 올해도 1조원 이상의 예산지원을 받아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현 체제 하에서는 2020년까지 누적부채 28조원과 운영지원금 22조원 등 모두 50조원의 국민부담이 발생하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은 공공부문의 구조개혁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적인 것이고 그것도 가급적 조속히 그리고 경제논리에 충실하게 이루어져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공공부문 구조개혁에 있어서 중요한 경제논리란 효율성과 공익성이다. 생산주체가 수익성을 추구하도록 함으로써 어느 정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지, 그리고 서비스가 어느 정도의 광범위한 계층에 저렴하고 안전하게 공급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중요한 것이다.
현재 쟁점이 되고있는 민영화 및 공사화 등의 철도구조개혁의 방향을 효율성 관점에서 본다면 민영화가 비교적 우위의 여건을 갖고 있다고 판단된다. 특히 항공이나 버스 등의 다른 대체운송수단을 고려해 볼 때 철도가 민영화가 되더라도 민영기업의 독점적 행태가 비교적 효과적으로 통제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민영기업은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계층에 대해서는 서비스를 제한할 수 있고, 또 서비스 제공 시 안전관리를 소홀히 다룰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공익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점들을 감안할 때 철도구조개혁은 우선은 공사화를 추진하되 장기적으로는 공익성 차원에서의 문제점들이 효과적으로 통제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한 이후 민영화를 도모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 아닐까 생각된다.
공공부문 구조개혁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 노조는 독점화 및 공익성 훼손 우려와 같은 경제논리도 제기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근저에는 인력구조조정에 대한 걱정이 깔려있다. 물론 인력구조조정은 효율성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은 범위 내에서 근로시간 단축이나 임금삭감 등의 방법으로 가급적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인력구조조정은 효율성 증대의 핵심 수단일 뿐 아니라 공익성 차원에서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반대논리는 사실 그 경제적 명분을 찾기 어렵다. 따라서 인력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로 공공부문 개혁을 지연시키는 것보다는, 인력구조조정을 도모하고 그 결과 절약한 막대한 예산으로 고용증대 정책을 시행하거나 사회안전망 확충을 도모하는 것이 경제논리에 부합하는 일일 것이다.
정부는 아직 공공부문의 효과적 구조개혁을 위한 청사진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앞으로 공청회 등의 과정을 거친다고 하지만, 관련 논의가 경제논리에 초점이 맞추어지지 않는 한 올바른 구조개혁 방향을 도출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의견수렴 과정에 비경제적 논리가 개입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해야 할 것이다.
이 밖에 정부는 일단 결정한 개혁 방향대로 흔들림 없이 일관성 있게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정부의 강한 구조개혁 의지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내실있고 효과적인 개혁방향 논의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윤 정 열 이화여대 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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