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보유 및 핵 연료 재처리 시인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북한 핵 문제에 평화적·외교적 해결 기조를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北京) 북·미·중 3자 회담 후 쏟아지는 미 정부의 논평은 '북한의 핵 공갈을 좌시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로 요약할 수 있다.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25일 브리핑에서 "한 지역(이라크)에 대해 군사적 대응을 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다른 지역(북한)에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백악관과 국무부는 3자 회담 자체에 대해서는 "유용했다"고 평가함으로써 다자 회담을 통해 북한과 대화를 이어가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들이 '핵 보유국' 북한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이전과 동일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외교적 해결의 원칙 아래 유엔 제재 등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제재의 구체적인 모습은 유엔에서의 대 북한 결의안을 끌어내는 수순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무엇보다 북한의 핵 보유 인정으로 북한의 동맹국인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북한에 등을 돌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향후 미국의 대북한 대응 수위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변수는 핵 연료의 재처리에 대한 미 정보 당국의 평가다. 미국은 북한의 기술로는 핵무기를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을 만큼 탄두화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추가로 플루토늄을 확보해 제 3국이나 테러단체에 밀매하려 들 경우 비확산 체제에 심각한 우려를 낳을 수 있다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래리 닉시 미 의회 조사국 아시아 문제 전문가는 "북한이 핵 실험을 한다면 이미 보유한 1,2개의 핵 무기는 없어진다"며 "이것이 곧 북한이 추가 플루토늄 확보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미국이 정보활동의 결과 재처리 증거를 확보할 경우 김정일(金正日) 정권의 붕괴를 노리는 미 정부 내 매파들의 입김은 더욱 드세질 전망이다. 금지선을 넘은 데 대한 보다 직접적이고 광범위한 제재 조치가 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무기 수출 등 외화벌이를 원천봉쇄하는 '플랜 B', 이른바 '맞춤형 봉쇄안'은 여전히 강경파의 책상에 올려져 있다.
뉴욕 타임스는"재처리가 사실로 확인되면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정권을 무너뜨려야 할 것인가, 아니면 협상을 해야 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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