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학생과 주재원 등 재중 한국 교민들이 대거 귀국하고 있는 가운데 고열 등 사스의심증세를 보인 상당수 교민들이 해열제를 복용한 후 탑승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국내에서 2차 전파와 집단감염이 우려되고 있다. 해열제 복용 후 입국한 경우 검역관에게 자진신고하지 않으면 고열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워 해열제 문제가 사스 국내유입 차단의 최대 복병으로 등장했다.27일 인천공항 검역소에 따르면 베이징(北京)과 광둥(廣東)성 등 사스위험지역인 중국에서 들어온 입국자 중 고열 등 의심증세를 보여 정밀검역을 받은 70여명 중 10% 이상이 해열제를 먹고 탑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4일 베이징에서 해열제 복용 후 일반승객과 함께 탑승, 입국한 20대 유학생은 호흡곤란 등 증세가 심각해 사스의심환자로 분류됐다. 사스의심증세를 보이는 환자의 경우 항공기 탑승 때부터 일반승객과 격리시키는 등 특별관리를 해야 하나 이들이 해열제 등으로 증세를 숨기고 입국할 경우 탑승객이나 가족 등에 2차 전파를 일으키는 것은 물론 자칫 집단감염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사스유사증세를 보이는 입국자들이 미리 해열제를 먹는 것은 이 달 중순부터 중국 당국이 출국장에서 체온검사를 벌이고 항공사도 자체 체온검사를 실시, 고열 등 이상증세가 있을 경우 탑승을 시키지 않기 때문. 체온검사를 통해 이상증세가 확인되는 경우 출국을 금지키로 합의한 한·중·일과 아세안회원국의 사스국제공조가 실행될 경우 출국검역이 더욱 엄격해져 해열제 복용 등 검역회피 기도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인천공항 검역소 관계자는 "사스의심환자가 해열제를 복용, 증세를 숨길 경우 검역에서 이를 찾아낼 방법이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인천공항 검역소는 이와 관련, 미열에 해당하는 37.4도 이상인 경우 무조건 정밀검사를 실시키로 했으며 공항 입국장에 해열제를 복용한 뒤 입국한 경우 검역관에게 복용 사실을 알리도록 하는 안내문을 써붙여 자진신고를 유도하고 있다. 또 적외선 체온검사장치를 설치, 검사 시간을 줄임으로써 승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범기영기자 bum710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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