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 애니메이션'이란 장르를 들어본 적 있는지? 혹시 '스팟 애니메이션'은?둘 다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에서 1∼3분 정도의 극도로 짧은 단편 애니메이션에 붙인 장르명이다. 스팟 애니메이션이란 장르명은 TV의 '스팟(Spot) 광고'에서 따 온 것으로, 정규 프로그램 사이의 막간을 이용해 방송되는 애니메이션을 의미한다. 코뿔소가 주인공인 '아코'와 게으른 고양이가 주인공인 '딩가' 등이 그 예.
포켓 애니메이션은 '주머니에 들어갈 만큼 가볍고 부담 없는 1∼5분 분량의 애니메이션'이란 의미에서 지어진 장르명이다. 사실 거창한 접두어는 빼고 그냥 '초단편 애니메이션'이라고 부르면 될 것 같다. 제작비가 저렴하고 TV 외에 유무선 인터넷이 효과적인 애니메이션 방송 플랫폼으로 떠오르자 너도나도 이러한 초단편 애니메이션 제작에 나서고 있다.
투바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포켓 애니메이션 'The Boxer'는 그러한 초단편 애니메이션의 전형을 보여준다. 불꺼진 방의 책상 위에 한 쌍의 스프링 권투인형이 나란히 서서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둘의 이름은 비키와 조니. 이들의 발은 스프링에 고정되어 있어 조금만 흔들려도 서로를 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남자인형인 조니는 겉으로는 약삭빠른 척하고 싸움을 걸지만, 결과는 항상 말괄량이 여자인형인 비키의 승리다. 일상의 사소한 해프닝을 애니메이션 특유의 시각적 유머를 통해 보여주는 초단편 애니메이션의 특징을 그대로 담고 있다.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 애니메이션이 주목받은 것은 최근 이탈리아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인 '카툰즈 온 더 베이'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뒤부터다. 깜찍한 캐릭터와 이들이 벌이는 소동은 인터넷 사이트(www.tubaani.com)에서 볼 수 있다.
/최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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