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와 수원시가 사업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수도권 도심공항터미널을 서로 유치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삼성동 등 서울의 기존 터미널도 이용자가 급감,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당에 적자가 예상되는 사업을 놓고 두 자치단체가 소모적인 경쟁을 벌여 비판이 일고 있다."주민 편의, 지역 경제 활성화"
도심공항터미널은 공항 이용자가 출국심사, 탑승수속, 보안검색 및 수하물 탁송 등 출국 수속을 도심에서 밟을 수 있도록 한 공간. 강남구 삼성동, 김포공항, 센트럴시티(강남고속버스터미널) 등 서울시내에만 3곳이 있다.
수도권 도심공항터미널 문제가 처음 거론된 것은 지난해 7월. 당시 경기도 산하 경기관광공사가 주민, 관광객의 편의 도모 및 지역 경제 발전 등을 위해 경기 지역에도 터미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 관광공사는 9월 100평 규모의 임시 터미널을 설치하고 2007년에는 면세점, 숙박시설을 갖춘 별도의 터미널 건물을 건설하자는 일정표까지 내놓았다.
성남시와 수원시의 경쟁은, 관광공사가 터미널 후보지로 이 두 지역 중 한 곳이 적합하다는 용역 결과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성남시는 토지공사 주택공사 도로공사 등 공기업과 삼성전자 KT 등 대기업이 들어와 있고 해외여행 인구도 수원보다 많기 때문에 터미널은 성남에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는 용인 안양 군포 구리 남양주 양평 여주 광주 하남 등지의 주민들도 많이 이용할 것이라며 분당구 야탑동 테마폴리스 부지를 터미널 후보지로 추천했다.
반면 수원시는 경기도청 등 주요 기관이 몰려 있어 공항 이용 수요가 성남보다 더 많다고 반박하고 있다. 중소기업지원센터나 월드컵경기장 인근 빈 땅에 터미널을 지으면 화성 오산 용인 등지의 주민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요 부족으로 큰 적자 예상"
그러나 경기관광공사와 성남시, 수원시의 이 같은 계획은 장밋빛 청사진에 불과하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 항공사와 가루다항공, 싱가폴항공 등 12개 외국 항공사가 수속을 대행하던 삼성동 도심공항터미널은 2001년 3월 국제선 청사가 김포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이전한 뒤 이용자가 줄어들자 지금은 국적 항공사만 업무를 보고 있다. 지난해 이용자는 38만여명으로 김포공항 시절의 43만명에 비해 15% 가량 감소했다. 센트럴시티와 김포공항은 하루 이용객이 100명을 넘지 않아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다.
공항 관계자들은 별도 시간을 내 미리 도심터미널을 찾는 것이, 인천공항에서 출국 길에 단 한번 수속하는 것보다 더 번거로운데다 도심터미널 이용자가 받던 공항이용료(1만7,000원) 할인 혜택도 50%에서 30%로 줄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빚어졌다고 분석한다.
성남시와 수원시의 도심터미널 예정 부지가 적절한 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용인 주민 김모(43)씨는 "인천공항으로 가다가 중간에 내려 도심터미널에 들를 이유가 없다"고 말했고 군포 주민 박모(33)씨도 "집에서 보면 도심터미널 후보지 두 곳 모두 인천공항과 반대 방향이어서 이용할 필요가 없다"고 가세했다.
한 항공사의 관계자는 "수도권 도심공항터미널은, 개점휴업상태나 다름없는 센트럴시티, 김포공항보다도 이용자가 적을 것"이라며 "수요 부족으로 큰 적자가 예상되는 사업을 왜 하려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경기도의회 문화여성공보위원회는 최근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제1차 추경예산안 심의에서 도심공항터미널 사업 관련 예산 9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전문가들은 "경기관광공사가 도심터미널 운영권을 쥐고 임대사업을 통해 돈벌이를 하려는 것 같다"며 "지금이라도 사업성을 철저하게 분석한 뒤 할지 말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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