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평양에서 열린 제10차 남북장관급회담은 최근 베이징(北京) 3자회담에서의 북한 핵무기 보유 시인 발언 파문 탓인지 시종 긴장된 분위기였다.남측 수석대표인 정세현 통일부 장관과 북측 단장인 김령성 내각책임참사는 이날 평양 고려호텔에서 열린 1차 전체회의 후 각각 "할 말을 다하느라 시간이 길어졌다. (핵)문제가 문제지", "서로 기본 발언을 했고 우리 측은 강조할 것은 다 했다"고 짧게 밝혀 양측의 입장이 회의 내내 평행선을 그었음을 내비쳤다.
우리측은 회의에서 북 핵 문제에 대화를 집중한 반면, 북측은 남북교류협력 등 현안을 거론하며 화해협력 기조의 지속에 중점을 뒀다. 우리 측이 당초 예상과 달리 '엄중한 사건' 등 시종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 북측이 다소 위축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관계자는 "북측은 한미합동군사훈련 등에 대해서도 의례적으로 짚고 넘어가는 분위기였고 논쟁을 벌이지 않으려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회의 모두 발언에서도 김 단장이 "천리비린(千里比隣)이라고 마음이 지척이면 천리도 지척"이라고 하자, 정 대표는 "천리길도 마음만 맞으면 멀다고 느껴지지 않지만 가는 길에 돌부리가 튀어 어려움이 많은 게 문제"라고 핵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북한은 심상치 않은 남측 대표단 분위기에 다급해졌는지 이날 저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례적으로 김 단장의 기조발언 전문을 공개했다. 제안 내용도 남북 민간선박 영해통과, 북측 동해어장의 대남 개방 협의 등 지금까지 북측이 비협조적이었던 것이었다. 북측은 또 TV 방송·비무장지대 확성기 방송을 통한 상호비방 중지 협의를 제의하는 등 핵으로 촉발된 남측의 강경 태도를 누그러뜨리고, 회담의 초점도 핵에서 교류협력 쪽으로 돌리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한편 24일 평양에서 사스 의심 환자가 발견되는 등 북한의 사스 비상으로 남북장관급회담도 영향을 받았다. 회담장이 이전의 인민문화궁전에서 남측 대표단 숙소인 고려호텔로 바뀌었고 방문·참관 등 일정도 없었다. 북측은 전세기 편으로 오전 11시께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남측 대표단 43명을 대상으로 기내에서 체온검사를 하는 등 사스 검역에 만전을 기했다.
/평양=공동취재단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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