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TV 애니메이션 분야에서는 세계 최강국이다. 그런 일본 TV 애니메이션의 역사는 1963년 1월1일 후지TV를 통해 방영된 데즈카 오사무(手塚治蟲)의 '우주소년 아톰'(사진)과 더불어 시작됐다. 40년 전의 이 TV 애니메이션이 주인공 아톰의 탄생일로 2003년 4월7일을 상정했다. 이 때문에 이 날을 전후해 일본 전역이 아톰 선풍으로 들끓었다.일본의 아톰 열풍에는 이유가 있다. 당시로 보면 TV 애니메이션 '우주소년 아톰'의 제작은 기존 제작 관행을 뛰어넘는 획기적 사건이었다. 1960년대의 애니메이션은 90분 정도의 극장용 만화영화가 주류였다. 제작에는 300여명의 인원이 6개월 이상 동원돼야 했다. 그러나 데즈카 오사무는 40명 정도의 제작 인력, 참신한 발상, 만화에 대한 정열만으로 매주 30분 분량의 TV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우주소년 아톰'은 일본에 TV 애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산업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던 셈이다. '우주소년 아톰'에 대한 열광의 이면에는 TV 애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산업을 창출한 데즈카에 대한 경외심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일본 TV애니메이션의 제작 능력은 매주 60편, 종사자는 4,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30분 분량의 TV애니메이션 한 편의 제작비는 800만∼1,000만엔 정도이다. TV 애니메이션 제작 프로덕션은 230여 개에 이르고 이중 200개 이상이 도쿄에 몰려 있다. TV 애니메이션의 제작비만 보면 원화 1장의 가격이 200엔 정도인 영세 산업이지만, 관련산업의 파급효과는 막대하다.
흔히 일본은 정보기술(IT)산업 후진국이라고 하지만 게임 소프트웨어는 세계 정상을 달린다. 만화와 TV애니메이션, 게임 소프트웨어를 한 묶음으로 생산하고 캐릭터 산업과 완구업계가 여기에 편승해 톡톡히 덕을 보는 구조 때문이다.
세계적 광고회사 덴쓰(電通)의 소비자 연구센터가 내놓은 계산에 따르면 소니, 세가(SEGA), 메이지(明治) 제과 등의 대기업이 영화 IT 식품 자동차 패션 등의 분야에서 아톰 비즈니스를 펼치기 위해 결성한 '아톰 드림 프로젝트'가 앞으로 3년 간 일본 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는 지난해 한일 양국이 공동개최한 월드컵 축구대회의 4,500억엔을 상회하는 5,192억엔으로 추정된다. 세계 각국의 TV 방영권료, 영화 흥행수입 및 판권료, 각종 이벤트 수입, 출판물을 포함한 관련 상품의 로열티 등이다. 이런 점에서 '아톰 드림 프로젝트'는 오랜 불황의 늪에 빠진 일본 경제에 활력소가 될 전망이다.
40년이 넘도록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아 온 '우주소년 아톰'. 이달부터 새로 방영되기 시작한 TV 애니메이션 아톰이 일본 경제와 60년대 고도 성장기 일본의 자부심까지 되살리기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어린이들에게만은 다시 한번 꿈과 희망을 안겨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경환 일본 조치(上智)대 신문방송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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