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나무에 꽃이 피기 전, 어린 가지가 손을 뻗으면 아이들은 가지 끝을 툭 부러뜨려 껍질을 벗겨서 먹곤 했다.가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껍질을 벗기는 것은 어린 가지 속에 약간 달짝지근한 맛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무렵 동네 삼거리 주막에서 들려오는 어른들의 노랫소리가 있었다.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언덕 위에 초가 삼간 그립습니다."
문제는 찔레꽃은 세 글자인데 전형적인 트로트인 이 노래는 첫 소절을 네 박자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찔레에꽃불/ 게에피이는/ 남쪽나아라/ 내고오오향"이라고 끊어서 노래하게 되어 첫 번째와 두 번째 소절이 어법에 맞지 않게 된다. 그런데 어른들의 노래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할 수 없던 내 어린 귀에는 '찔레꽃으로 불을 피우는 습속이 있는 나라는 남쪽에 있으니 그곳이 내 고향'이라는 의미로 새겨지게 되었다.
그로부터 십수년 뒤 노래방이 출현한 이후에야 정확한 가사를 알게 되었는데 그땐 괜찮은 나라를 빼앗긴 듯 뭔가 좀 억울했다. 참, 찔레꽃은 붉게 피지 않는다. 백옥처럼 품위 있는 빛깔이다.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