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의 피로가 가시지 않은 듯 조금 피곤해 하던 피아니스트 이루마(24)는 음식 이야기가 나오자 눈이 반짝거린다. "제가 매운 음식 좋아하거든요. 특히 떡볶이요. 영국에서도 하루 한번씩 안 먹으면 잠을 못잤어요."영국에 거주하고 있지만, 식성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는 속일 수 없는 한국 청년. "아직 '이루마가 일본 사람 아니냐'고 묻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제 입맛도 음악적 취향도 지극히 한국적이죠." 이루마는 '뜻을 이루다'라는 의미를 지닌 한글 이름.
5월 17, 18일 호암아트홀에서 열리는 공연을 위해 영국에서 내한한 이루마는 11세 때 영국에 유학, 음악영재교육학교인 퍼셀스쿨과 런던대 킹스컬리지에서 작곡을 전공한 재원. 지난 해 프랑스 칸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음반 박람회 '미뎀'(Midem)에 한국인 최초로 초청돼 공연한 실력파이다.
국내에서는 2집 수록곡인 'When The Love Falls'가 KBS드라마 '겨울연가'에서 최지우의 테마로 사용되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이어 한 이동통신회사의 CF에 출연하면서 눈에 띄는 곱상한 외모 덕에 부쩍 팬이 늘었다. 인기를 반영하는 듯 이루마의 이번 공연은 진작 매진됐다.
"제 음악이 인기를 끄는 이유요? 몽롱한 화음에 명상곡 성격의 일본 뉴에이지 음악과 달리 멜로디를 중시하는 우리 나라 사람의 취향에 맞기 때문인 것 같아요. 피아노 솔로라 뉴에이지로 불리지만 좀 다르죠. 재즈와 세미 클래식, 팝과 클래식의 가운데쯤?"
그는 '대중적인 음악'을하고 싶다. "클래식은 대중적이지 못하잖아요. 많은 사람 앞에서 연주를 많이 하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요" 최근에는 김연우 2집에 곡을 썼고, 20일부터 MBC '김형중의 라디오천국'에 매주 영국 팝을 소개하는 코너를 맡았다.
그는 얼마 전 도쿄애니메이션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클레이 애니메이션 '강아지똥'(감독 권오성)의 음악감독이기도 하다.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음악 등에서 좀 더 색다르고 깊이 있는 연주곡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좀 더 장기적인 계획도 있다. "영국으로 유학 갈 때 사람들이 부모님께 '잘 생각했다. 한국에서 음악 공부시키려면 돈이 더 많이 든다'고 했대요. 우리나라에서 음악공부 하는 건 참 어려워요. 그래서 한 10년쯤 뒤에는 음악학교를 세우고 싶어요. 거창한 건 아니구요, 어린 학생이든 나이 든 사람이든 누구든 음악을 배울 수 있는 조그맣고 소박한 학교요."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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