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한 지음 푸른역사 발행· 각권 1만1,000∼1만2,000원
고려시대 최충헌 최이 최항 최우로 4대 62년 간 이어지는 최씨 정권은 우리 역사에서 독특한 무인정권 시기였다. 한 집안이 나라를 좌지우지했으며, 심지어 국왕을 마음대로 갈아치울 수 있었을 만큼 강력했다. 유례없을 만큼 잔인했던 몽골의 침입에 대항해 나라를 보존한 것도 이들이었다.
그 만큼 강력했던 최씨들은 왜 왕이 되지 않았을까. 왕가가 아니면서도 60여년이나 집권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또는 그것 밖에 집권하지 못했을까. 최씨들은 어떻게 정권을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 있었을까. 이런 궁금증은 역사를 조금 아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가질 법하다.
'고려무인이야기 2·3― 최씨왕조 상·하'는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쓰여졌다. 저자 이승한(47)씨는 사학을 전공한 고등학교 교사이다. 이 두 책은 무인정권을 세운 이의방, 정중부, 경대승, 이의민의 이야기를 다룬 '고려무인이야기1― 4인의 실력자'(2001년 출간)의 후속편이다.
사람 냄새가 나는 역사서를 쓰고 싶다고 했던 저자는 이미 1권으로 대중적 역사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역사는 인간학이며,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은 과거의 인물들과 우정을 가지고 해후할 뿐이라는 것이 그의 글쓰기에 대한 입장이다.
이번에 나온 책들도 1권처럼 무인정권 주역들의 사소하고 일상적인 일들을 부각시키며 그들의 인간적 면모를 드러내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고려사' '고려사절요'등의 사서와 학계의 연구성과를 토대로 하고 있어 구성이 탄탄하다. "1227년 3월 어느날 최이는 음양술의 대가 주연지를 조용히 불러 관상을 보았다. 주연지는 은밀하게 말했다. 지금 왕은 왕위를 잃을 상이고, 영공께서는 왕의 상이 있으니 운명을 어찌 피할 수 있겠습니까? 최이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심복 장군 김희제에게 이 말을 전하며 가만히 떠보았다." 고려사절요의 한 대목이다. 저자는 역사의 빈 행간을 지나치지 않은 상상력으로 메우고 있다.
최씨 정권의 대몽 항쟁은 고려의 자주성을 지켜낸 것인가, 아니면 정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는가. 일본 원정을 감행했던 몽골군이 좁은 강화해협을 건너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저자는 이런 의문도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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