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에 처음 나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두 권의 소설이 있다. 매력적인 우화처럼 읽히는 데다 10대 동양 소년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눈에 띈다.프랑스에서 살고있는 중국인 작가 다이 시지에의 불어 원작을 영역한 '발자크와 중국인 재봉사 소녀'(Balzac and the Little Chinese Seamstress·앵커 북스 발행)는 중국 문화혁명 당시 이야기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젊은 지식인들'은 모두 시골로 보내져 '재교육'을 받아야 했던 시절, 고등학교에 가보지도 못한 두 소년은 부모가 의사였다는 이유만으로 첩첩산골로 보내진다. 곱게만 자란 이들의 재교육은 똥지게를 져 나르거나 탄광에서 석탄을 파는 일이다. 탄광 속의 산소처럼 삶의 희망이 점차 희박해질 무렵 소년들에게 중요한 사건이 일어난다. 하나는 발자크를 포함한 서양문학과의 만남이고, 또 하나는 아름다운 재봉사 소녀와의 사랑이다.
작가는 이데올로기 선전을 제외한 모든 이야기가 철저하게 박탈당한 곳에서 이야기를 이어가는 소년들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중국 문화를 이국적으로 그려냄으로써 단순히 서양인들의 구경거리로 만들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소설적 깊이가 얕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스페인에서 태어난 캐나다인 얀 마르텔의 두 번째 장편소설 '파이의 인생'(Life of Pi, 하베스트 북 발행)은 원주율 기호 파이(괙)라는 이름을 가진 인도 소년 이야기로, 영국 최고의 문학상인 부커상 수상작이다. 힌두, 이슬람 사원과 기독교의 교회를 동시에 드나드는 이유가 단지 "신을 사랑하기 때문에"라고 말하는 파이는 인도 남부 폰티체리시에 있는 동물원 주인의 아들로, 동물의 행동에 대한 과학적 지식까지 갖춘 진지한 소년이다. 인도의 불안한 정치 상황을 피해 파이의 가족은 캐나다로 이민하는데 동물들을 함께 싣고 떠난 화물선이 태평양 한가운데서 난파하게 된다. 순식간에 가족을 모두 잃은 파이는 리처드 파커라는 이름의 벵갈 호랑이와 구명보트에 단 둘이 남겨진 채 227일간 표류하게 된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읽고 나면 신을 믿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가진 것을 모두 잃은 채 자신을 해칠 수 있는 존재와 한 배에서 살아 남는다는 설정은 삶을 연상시키며, 이때 필요한 것은 의지와 믿음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이 책 덕분에 폰티체리시는 처음으로 동물원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이 두 권의 책을 통해 가장 힘든 시기에도 그 맥을 이어가는 소설적 상상력의 위력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박 상 미 재미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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