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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꽃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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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꽃의 유혹

입력
2003.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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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먼 앱트 러셀 지음·석기용 옮김 이제이북스 발행·1만원

"꽃들 때문에 숨이 넘어갈 것 같다. 나는 기쁨에 겨워 어쩔 줄 모르고 날뛰는 한 마리 강아지다."

'꽃의 유혹'의 서문에서 저자 샤먼 앱트 러셀은 이렇게 소리친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꽃 때문에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순간을 만나기는 어렵다. 생물학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아름답고 시적인 과학 책을 쓰기로 유명한 이 미국인 작가는 야생화가 펼쳐진 비탈길을 오를 때 자신이 느꼈던 그런 감동을 독자들에게 나눠주고 싶어한다. 그가 택한 방법은 꽃들이 얼마나 열심히 살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꽃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될수록, 꽃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수록 사랑이 깊어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 책은 꽃에 관한 식물학 에세이다. 꽃들이 어떻게 진화해왔으며, 그들이 생존과 번식을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투쟁하는지 설명한다. 꽃이 갖고 있는 놀라운 재주를 보여주기도 한다. 예컨대 천남성 과에 속하는 필로덴드론은 기온에 따라 체온을 조절한다. 토끼풀은 석유 찌꺼기를 없애주며, 해바라기는 방사능 물질을 흡수해 저장한다. 어떤 꽃은 꽃가루를 옮겨줄 곤충을 꾀기 위해 꿀이 많은 것처럼 위장한다. 환경에 따라 성전환을 하는 꽃도 있다. 열매를 맺으려면 더 많은 양분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황이 나쁘면 수꽃으로 있다가 나중에 암꽃으로 변하는 것이다. 어떤 꽃들은 몸에 난 상처를 낫게 하고, 강박증과 우울증 등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꽃의 매력을 전하는 한편으로 지은이는 꽃의 삶을 훼방놓는 인간의 행동에 우려를 나타낸다. 유전자 조작으로 파란 장미나 보라색 카네이션 등 새로운 꽃들을 만들어내는 것은 생태계 질서를 뒤죽박죽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재치있는 글 솜씨를 자랑한다. "붓꽃에 있는 노란색 줄무늬는 작은 항공기들(곤충)의 착륙을 유도하는 가설 활주로"라는 식의 멋진 표현이 여러 군데 등장한다. 부드러운 유머가 가미된 따뜻한 필치가 읽는 이를 미소 짓게 한다. 덕분에 즐겁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책을 읽으면서 꽃의 생태를 이해할 수 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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